입력 : 2017.01.06 03:03
[2017 세계 누비는 젊은 예술가] [4] 피리·생황 연주자 박지하
서정민과 국악 듀오 '숨' 활동… 북미·유럽 등 26개 도시 투어
미국 SXSW·홍콩아트페스티벌도
솔로 앨범 내고 올해 홀로서기 "틀 벗어난 자유로운 음악 열망"
2015년 9월 런던 도심 사우스뱅크센터 퍼셀룸. 국악 듀오 '숨(su:m)'이 무대에 올랐다. 박지하(피리·생황·양금)와 서정민(가야금). 두 여성이 빚어내는 선율에 영국 관객들이 숨죽이며 빠져들었다. 25현 가야금의 반복되는 패턴 위로 글로켄슈필의 물방울 튀는 소리가 얹혀지고 박지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님아/ 날 버린 님아/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아리랑을 이들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곡 '도시 아리'다.
"무대 뒤로 제 또래 여성이 찾아왔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는데 가사가 무슨 내용이냐'고요. 민요 아리랑의 가사를 차용했을 뿐 새롭게 만든 곡인데 가사를 몰라도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게 재미있죠."
"무대 뒤로 제 또래 여성이 찾아왔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는데 가사가 무슨 내용이냐'고요. 민요 아리랑의 가사를 차용했을 뿐 새롭게 만든 곡인데 가사를 몰라도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게 재미있죠."

숨(su:m)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찬사를 받는다. 두세 개의 악기만으로 맑고 간결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음악은 국악이라기보다 미니멀리즘 현대 음악을 연상시킨다. 국악 하면 떠오르는 흥, 신명과도 거리가 멀다. 30대 여성의 내면, 황량한 도시, 쓸쓸한 풍경을 세련된 감성으로 담았다. 모두 직접 작곡한 곡들이다. 팀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박지하(32)는 "국악기로 낼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국내 무대에선 '국악'이라는 벽이 있어요. 이게 무슨 국악이야, 이건 전통이 아니잖아 하는 반응이 있지요. 반면 유럽 관객들은 우리 음악을 그 자체로 즐겨 주세요. 낯설지 않은 보편적 색깔이면서 그들이 들어보지 못한 국악기로 연주하니까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영국의 월드 뮤직 전문지 송라인즈(Songlines)는 "우아한 두 명의 연주자, 그들의 연주는 마치 경건한 의식 같다"고 평했다. 비슷한 색깔의 앙상블이 넘쳐나는 국악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박지하는 "보통 국악 그룹은 3~4명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남들과 똑같은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았다. 피리 전공인 내가 생황과 양금, 타악기, 노래까지 하지만 가급적 한 곡에선 관악기 한 대와 가야금만으로 진행한다"며 "최소한의 음악으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국내 무대에선 '국악'이라는 벽이 있어요. 이게 무슨 국악이야, 이건 전통이 아니잖아 하는 반응이 있지요. 반면 유럽 관객들은 우리 음악을 그 자체로 즐겨 주세요. 낯설지 않은 보편적 색깔이면서 그들이 들어보지 못한 국악기로 연주하니까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영국의 월드 뮤직 전문지 송라인즈(Songlines)는 "우아한 두 명의 연주자, 그들의 연주는 마치 경건한 의식 같다"고 평했다. 비슷한 색깔의 앙상블이 넘쳐나는 국악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박지하는 "보통 국악 그룹은 3~4명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남들과 똑같은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았다. 피리 전공인 내가 생황과 양금, 타악기, 노래까지 하지만 가급적 한 곡에선 관악기 한 대와 가야금만으로 진행한다"며 "최소한의 음악으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숨은 2007년 창단했다. 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동기다. 2008년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실험적 무대를 선보이며 데뷔했고, 2009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실험정신상을 받았다. 2013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월드 뮤직 엑스포 '워멕스(WOMEX)'에서 공식 쇼케이스 팀으로 선정되면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2015년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비롯해 제43회 홍콩아트페스티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페스티벌에 참가했고 북미 투어, 유럽 투어 등 9개국 26개 도시를 돌았다. 작년 3월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린 '워매드(WOMAD)'에 공식 초청받았고 프랑스·폴란드·스웨덴 등에서 연주를 펼쳤다.
박지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 때 찾아온 부부 뮤지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부는 유튜브에서 숨의 음악을 듣고 궁금해하다가 마침 네덜란드에서 공연이 열리는 걸 알고 찾아왔다. "우리 음악에서 땅, 물, 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고 감탄하시더라고요. 즉석에서 합동 무대도 열었어요."
박지하는 올해 숨 활동을 잠시 접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지난해 말 정규 1집 '커뮤니온(Communion)'을 발표하고 플랫폼창동 61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열었다. 벨기에 뢰번의 수도원에서 공연하다 엄숙한 공간에서 오는 울림에 이끌려 연주한 선율을 옮긴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김수영의 시를 노래한 '사랑' 등 8곡을 담았다. 늘 같이 연주하던 가야금 대신 베이스 클라리넷과 색소폰, 비브라폰이 어우러진다. 박지하는 "숨에서는 세세한 것까지 치밀하게 계획해 무대에 올랐는데 해외 공연을 다니다 보니 내가 너무 틀 안에 갇혀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자연스럽게 즉흥 무대도 펼쳐보려 한다"고 했다.
"해외 나가서 활동해보니 국내에 전문 매니지먼트 인력이 없는 게 아쉬웠어요. 예를 들어 유럽의 월드 뮤직 연주자들은 해외 공연을 연결해주는 에이전시가 따로 있고 투어 매니저, 국내 기획 등이 세분화돼 있어요. 연주자들은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부럽죠."
[2017년 박지하는… 듀오아닌 솔로로 국제무대]
박지하는 올해 5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클래시컬 넥스트(Classical: Next)'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됐다. 듀오 '숨'이 아닌 피리·생황 연주자 박지하로 무대에 선다. 박지하 1집 앨범 '커뮤니온(Communion)'에서 연주한 김오키(색소폰), 존 벨(비브라폰)이 함께 오른다. 클래시컬 넥스트는 세계 최대의 클래식 전문 음악 마켓. 매년 유럽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에서 열린다.
박지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 때 찾아온 부부 뮤지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부는 유튜브에서 숨의 음악을 듣고 궁금해하다가 마침 네덜란드에서 공연이 열리는 걸 알고 찾아왔다. "우리 음악에서 땅, 물, 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고 감탄하시더라고요. 즉석에서 합동 무대도 열었어요."
박지하는 올해 숨 활동을 잠시 접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지난해 말 정규 1집 '커뮤니온(Communion)'을 발표하고 플랫폼창동 61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열었다. 벨기에 뢰번의 수도원에서 공연하다 엄숙한 공간에서 오는 울림에 이끌려 연주한 선율을 옮긴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김수영의 시를 노래한 '사랑' 등 8곡을 담았다. 늘 같이 연주하던 가야금 대신 베이스 클라리넷과 색소폰, 비브라폰이 어우러진다. 박지하는 "숨에서는 세세한 것까지 치밀하게 계획해 무대에 올랐는데 해외 공연을 다니다 보니 내가 너무 틀 안에 갇혀 있었단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자연스럽게 즉흥 무대도 펼쳐보려 한다"고 했다.
"해외 나가서 활동해보니 국내에 전문 매니지먼트 인력이 없는 게 아쉬웠어요. 예를 들어 유럽의 월드 뮤직 연주자들은 해외 공연을 연결해주는 에이전시가 따로 있고 투어 매니저, 국내 기획 등이 세분화돼 있어요. 연주자들은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부럽죠."
[2017년 박지하는… 듀오아닌 솔로로 국제무대]
박지하는 올해 5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클래시컬 넥스트(Classical: Next)'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됐다. 듀오 '숨'이 아닌 피리·생황 연주자 박지하로 무대에 선다. 박지하 1집 앨범 '커뮤니온(Communion)'에서 연주한 김오키(색소폰), 존 벨(비브라폰)이 함께 오른다. 클래시컬 넥스트는 세계 최대의 클래식 전문 음악 마켓. 매년 유럽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