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18 01:03
회오리
막이 오르면 무용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조명 아래 팔다리와 몸을 천천히 휘젓듯 돌린다. 유려하면서도 역동적인 몸짓이다. 장구와 피리 소리에 박자를 맞추면서 1인무(舞)는 3인무로, 다시 7인무와 10인무의 우아한 군무(群舞)로 확대된다. 몸이 회전할 때마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는 듯, 봄의 대지(大地)에서 생명의 기운이 싹트는 것 같다.
16일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회오리(Vortex)'는, 이 무용수들이 그동안 어떻게 자신의 몸이 지닌 역동성을 무대 위 전통 의상 속에 감춰왔을까, 의아심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이었다.
16일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회오리(Vortex)'는, 이 무용수들이 그동안 어떻게 자신의 몸이 지닌 역동성을 무대 위 전통 의상 속에 감춰왔을까, 의아심을 불러일으키는 공연이었다.

안무가는 핀란드의 세계적인 무용가 테로 사리넨(Saarinen)이다. 국립무용단 창단 52년 만에 첫 협업 해외 안무가가 된 그는 "국립무용단원들의 움직임이 마치 시간을 천천히 연장시키는 동작처럼 보였다"고 했고, 그 독특한 호흡과 선을 성공적으로 승화시켰다. 발레·현대무용과 한국 전통무용을 기막히게 접목한 것이다.
남녀 무용수의 2인무는 음양(陰陽)의 조화처럼 섬세했으며, 10여 명이 칡넝쿨처럼 뒤엉키는 장면은 성화(聖畵)를 연상케 했다. 음악그룹 '비빙'의 국악 연주가 점차 빨라질수록 춤 역시 격렬해졌다.
끝에 가서는 25명의 무용수가 모두 나와 돌풍처럼 도약하며 질주하는 현란한 춤을 선보였다. 태고(太古)와 현대가, 동양과 서양이 중첩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피나 바우슈 안무 '풀 문'의 마지막 장면만큼이나 장엄했다. 국립무용단은 올 상반기에 걸작 하나를 내놓은 것 같다.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시간 80분,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