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입력 : 2014.04.07 23:25

안양서 열린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공간 등 재활용으로 탈바꿈시켜

영국 작가 앤소니 매콜의‘페이스 투 페이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제공
공원,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예술물은 까딱하면 흉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들어설 당시엔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유지·관리가 제대로 안 돼 시각 공해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양산될 뿐 유지되지 못하는 우리 공공 예술물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된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 오는 6월 8일까지 안양예술공원 내 '안양파빌리온' '김중업박물관' 등에서 열리는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이다. 지난 2005년 시작해 10년 가까이 한국 공공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APAP는 올해 '퍼플릭 스토리'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새로운 작품을 세우기보다 기존에 설치됐지만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작품을 '재활용·리스토리텔링'해서 다시 시민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3차례의 APAP를 통해 설치된 작품 74점 중 39점을 보수했고, 4점을 이전했다. 2005년 제1회 APAP 때 평촌중앙공원에 설치됐던 작가 이불의 '벙커- 엠.바흐친'과 북유럽 작가 마이클 엘름그린-잉거 드락셋의 공중전화 부스 작품은 안양파빌리온으로 이동됐다. 새 작품은 24점만 추가됐다.

'재생'은 전시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에도 적용됐다. 전시가 열리는 주무대는 '안양파빌리온'과 '김중업박물관'인데 두 곳 모두 용도를 바꾼 건물이다. 안양파빌리온은 1회 APAP 때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건물을 이번에 국내 최초의 공공예술전문센터로 탈바꿈시켰고, 김중업박물관은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한 옛 유유제약 건물을 박물관으로 재생시킨 건물이다.

일본 작가 후지코 나카야는 김중업박물관 내에 있는 옛 안양사 터에 '무'라는 작품으로 인공 안개를 선보였다. 영국 작가 앤소니 매콜의 '페이스 투 페이스'는 마주하는 검은 스크린에 빛을 쏴 입체적인 공간 경험을 하게 한다. 백지숙 예술감독은 "공공재로서 공공 예술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는 데서 출발했다"며 "무거운 개념보다는 느낌이나 감각으로 공공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하려고 철·돌로 만든 조각처럼 물질적인 설치물보다는 빛·소리·영상 등 비물질을 이용한 작품을 주로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031)687-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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