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곡으로… 통영은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입력 : 2014.03.31 00:05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 통영음악제 상주예술가로 첫 내한

저음과 고음 절묘하게 대비시키는 격정적인 창법으로 청중 사로잡아
내일 저녁엔 연가곡 '여름밤' 공연

단 세 곡의 아리아로 청중을 굴복시켰다. 29일 오후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 불가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49). 1300석짜리 통영 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카사로바의 드라마틱한 목소리는 물론 손짓과 눈짓 하나하나에 빠져들었다.

헨델과 모차르트 등 바로크 오페라에 정통한 카사로바는 모차르트 후기 작품인 오페라 '황제 티토의 자비'의 '나는 떠나지만 돌아오라, 나의 사랑이여'로 시작했다. 합스부르크 제국 레오폴드 2세의 황제 대관식에 맞춰 작곡된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인 로마 황제 티투스의 관용을 찬양하는 내용. 카사로바는 티토의 친구이자 신하이지만 애인의 독촉으로 암살을 시도하는 인물 세스토였다.

단 세 곡의 모차르트 아리아와 앙코르로 통영 국제음악제 청중을 압도한 불가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 깊이 있는 저음과 드라마틱한 고음을 갖춘 당대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단 세 곡의 모차르트 아리아와 앙코르로 통영 국제음악제 청중을 압도한 불가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 깊이 있는 저음과 드라마틱한 고음을 갖춘 당대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다.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어깨를 드러낸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카사로바는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 반주에 맞춰 우아하면서도 격정적인 창법으로 박수를 받았다. 암살 음모가 드러나 황제의 심문을 받는 대목에서 부르는 '아! 이 순간만이라도'와 또 다른 모차르트 오페라 '폰토의 왕 미트리타테'중 '오소서, 성난 아버지여'까지 3곡 모두 강약이 분명한 아리아를 힘있는 저음과 폭발적인 고음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면서 긴장을 증폭시켰다. 자막이나 가사 해설도 없었지만 카사로바의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분위기를 헤아릴 정도였다.

앙코르로 부른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는 카사로바의 집중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클라이맥스였다. 순진한 군인 돈 호세를 유혹하는 '팜므 파탈'(악녀)로 둔갑한 카사로바는 남자 바이올린 단원을 껴안는가 하면, 지휘자 리브라이히를 유혹하는 듯한 눈길을 던졌다. 객석에 앉은 청중까지 카르멘의 유혹을 받는 '돈 호세'로 착각할 만큼, 공연장을 지배한 여신(女神)이었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혁준씨는 "전성기를 맞은 당대 최고의 메조소프라노의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했다.

카사로바는 빈 국립오페라극장과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최고의 무대에 서는 인기 절정의 메조소프라노로 이번이 첫 내한공연이다. 올해 통영음악제 상주예술가인 카사로바는 노부스 콰르텟과 함께 4월 1일 저녁 베를리오즈의 연가곡 '여름밤'을 연주한다.


지난 28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과 함께 정식 개관한 통영국제음악당. 1300석 콘서트홀과 300석 소극장을 갖췄다.
☞2014 통영국제음악제

28일 저녁 리브라이히가 이끄는 80여명의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 주제는 ‘바다의 풍경’(Seascapes). 통영 항구를 바라보며 도남동 옛 충무관광호텔 자리에 들어선 음악당은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다. 윤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유동(流動)’으로 시작한 개막 연주는 손열음의 라벨 피아노협주곡, 브리튼의 ‘4개의 바다 간주곡’, 드뷔시의 ‘바다’ 등 바다와 물을 주제로 한 음악으로 채웠다.

28일부터 30일까지 통영 국제음악제 상주 작곡가인 이탈리아 출신 살바토레 샤리노의 음악극 ‘죽음의 꽃’, 아르메니아 출신 티그란 만수리안의 작품도 연주됐다.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 ‘동물의 사육제’(4월1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한국의 작곡가들’(4월2일) 상주 예술가 노부스 콰르텟의 베토벤·리게티 연주(4월3일)와 폐막공연(4월3일)이 이어진다. (055)65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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