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음악 찾고파… 최고 오케스트라를 떠난 남자

입력 : 2014.03.26 23:51

在獨 2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스무살에 세계 最古 오케스트라 악장… 3년 8개월 동안 단원들 이끌어

"어린 나이에 리더役 힘들어할 때 정명훈 감독 조언이 많은 도움됐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548년 설립)는 2008년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내놓았다. 갓 스물인 이상 엔더스(En ders)를 첼로 악장(Concertmaster)으로 뽑은 것. 최연소 악장이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제치고 세계 10위권 오케스트라로 선정했을 만큼 정상급 교향악단이다. "제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라니…. 단원 대부분이 제 나이보다 더 오래 연주했더라고요."

25일 서울시향 사무실에서 만난 엔더스는 여드름 많고, 수줍음 타는 청년이었다. 460년 역사가 넘는 오케스트라 악장을 스무 살에 맡았으니 순탄할 리 없다. "음악적으로 많이 배웠지만, 단원들을 이끌기엔 벅찼습니다. 제가 악장이기 때문에 단원들이 제 말을 잘 들을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어요."

이상 엔더스는“지휘자 틸레만으로부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기 가면 여름에 10주간 붙잡혀 있어야 한다. 당분간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이상 엔더스는“지휘자 틸레만으로부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기 가면 여름에 10주간 붙잡혀 있어야 한다. 당분간 자유롭게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도 충고했다. "조심해라. 직업으로서의 음악은 에너지를 소진시킬 것이다. 특히 너처럼 젊은 나이에는." 엔더스는 3년 8개월간의 드레스덴 생활을 접고 2012년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로 옮겼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연주자로서 음악적 기량을 높이기 위해 자유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엔더스는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수석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28일 협연을 앞두고 있다. 블로흐의 '셀로모'를 연주한다. 솔로몬 왕이 만년에 "모든 것이 헛되다"고 탄식하는 성경 구절에서 착안한 곡이다. "이 작품은 거의 연주되지 않는데, 저도 처음 연주해봅니다. 오케스트라와 첼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지요."

엔더스의 스케줄은 빡빡하다. 서울 협연을 마치면 바로 독일 부퍼탈 페스티벌에서 6일간 4번의 연주와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달 슬로베니아 방송교향악단과 빈의 무지크페라인 데뷔 연주를 하고, 그달 24일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시리즈에서 루토슬라브스키 협주곡을 국내 초연한다. 아르스 노바를 기획한 작곡가 진은숙은 "정명훈 감독이 엔더스를 칭찬하는 걸 듣고 연주 영상을 찾아봤는데, 이런 첼로 소리를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 출신인 이상 엔더스는 피아니스트인 독일인 아버지와 작곡가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상이란 이름은 아버지가 지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예술가였던 윤이상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한국과 독일을 잇는 상징으로 생각하셨답니다." 엔더스는 "이상이란 이름이 담고 있는 정치적 의미는 부담스럽지만, 음악가로서 존경한다"고 했다.

▷서울시향 엘리아후 인발의 쇼스타코비치, 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158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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