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상상 이끌어내는 보물창고죠"

입력 : 2014.03.21 01:00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펴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이현민씨

/김연정 객원기자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가 피카소를 찬양한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미술은 이제 단순한 교양이 아닙니다. 체험을 통해 창의와 상상을 이끌어내는 현대의 보물창고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이현민(47·사진) 객원교수는 특이한 이력과 방법론의 미술학자다. 아이 둘 키우며 35세에 시작한 미술 공부 경력(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조형미술·시각미술 석사)도 예외적이지만, 비전공자를 위한 강의에서도 이론보다 체험과 실기를 더 강조하는 스타일로 이름났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자체가 인문과 예술의 통섭으로 유명하지만,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비전공자' 이 교수에게 경희대가 이런 주제의 강의를 제안했던 것도 그의 독특한 이력과 재능이 바탕이 됐다.

'체험미술 강좌'로 이름난 이 교수가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도서출판 새빛)를 펴냈다. 미술사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흥겹게 어울리며 영감과 창의력을 발휘해보자는 취지다.

"법대, 경영대, 의대, 약대, 이과대 등 정말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생들이 강의를 함께했습니다. 제 강의와 책의 주제는 무엇보다 함께 느끼고 즐기면서 가슴속의 호기심을 자극해보자는 것. 단지 바라만 보던 미술사에 'why'와 'why not'을 물어보자는 것이었어요."

창의와 영감의 보물창고 역할뿐만 아니라, 그의 체험미술 강좌는 비전공자의 작품을 과천 국립과학관에 전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강의를 들은 수강생 114명의 작품을 하나로 모은 콜라주 '나의 미래'다. 국립과학관에서 국경일마다 전시되며 연 250만명의 관람객과 '소통' 중이다. 또 그의 강의는 학생 개개인에게 자신 인생에 대한 치유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당시 자신의 강의를 들은 한 법대생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직접 응시했던 사법시험 문제지를 캔버스 삼아 자화상을 완성하고 'OHHH…ALRIGHT'이란 제목을 붙였다는 것. 미국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전화코드'를 응용한 작품으로, 3년간 준비한 사시를 그만두고 취업의 길을 선택한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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