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싸이 키우려면 '제멋대로' 둬라

입력 : 2013.11.12 23:35

큐레이터, 한국 예술 논하다… 런던 테이트모던서 워크숍

"한국에서 '미술도 K팝처럼 집중 지원해 키우자'는 식의 얘기를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고 단기간에 '미술계의 싸이'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런 산업적 접근은 예술가의 성장을 방해한다."(이숙경 테이트모던 리서치 큐레이터)

"한국 대학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인구나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예술가와 큐레이터를 생산했다. 그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져 직업적 안정성도 깨졌다."(고원석 베이징 아트미아재단 큐레이터)

지난달 말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한국에서 온 큐레이터 6명이 테이트모던, 영국예술위원회 등 현지 예술계 관계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KAMS)가 주관하는 '런던 큐레이토리얼 워크숍'의 메인 프로그램인 테이트 워크숍. 한국 미술의 현주소로부터 예술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갔다.

이숙경(오른쪽 줄 가운데) 리서치 큐레이터와 테이트모던 관계자들이 공동 워크숍을 갖고 있다. 지난달 말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머컬레이 룸. /런던=이태훈 기자
이숙경(오른쪽 줄 가운데) 리서치 큐레이터와 테이트모던 관계자들이 공동 워크숍을 갖고 있다. 지난달 말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머컬레이 룸. /런던=이태훈 기자
베아 데 수자 런던 에이전시 갤러리 관장은 "1990년대 런던 예술판은 다루기 힘들고 제멋대로인(unruly) 사람들로 넘쳤고, 거기서 새로움이 탄생했다. 한국 예술판은 제멋대로 놀려는 사람보다 잘 훈련받은 사람이 너무 많은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톰 트레버 전(前) 브리스톨 아르놀피니 미술관장도 "나도 제멋대로(unruliness)에 방점을 찍고 싶다"면서 "함께 땅바닥에 구르고 서로 부딪칠 때 에너지가 넘쳐 흐르고 정말 뭔가 생겨났다. 예술은 그런 충돌 속에서 꽃핀다"고 동의했다.

"한국 예술은 20세기 한국이 겪은 특별한 고난의 역사를 다루도록 요구받지 않나?" 독일 출신인 대니얼 허먼 화이트채플 갤러리 큐레이팅 연구센터장의 물음에 고원석 큐레이터는 "1980년대 이전 한국에서 미술은 사실상 수묵화 아니면 민중미술뿐이었다. 그 두 흐름의 틈에서 포스트모던 예술가들이 자라났다. 그들에게 과거의 유산은 근대적인 것이며, 극복 대상이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비아(VIA)'를 통해 지난달 19~24일 이번 런던 워크숍을 진행했다. 공모를 거쳐 선발된 큐레이터 여섯 명은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를 시작으로 테이트 국제 심포지엄 참가, 현지 갤러리 방문 등의 일정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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