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아는 관객은 강동으로 간다

입력 : 2013.10.30 23:36

강동아트센터, 애호가들에 인기… 같은 연주자라도 30% 이상 저렴
전국 평균比 3배 높은 자체 기획, 싸고 좋은 공연 가능한 비결

서울 지하철 5호선 고덕역 근처 강동아트센터는 요즘 클래식 애호가들이 눈여겨보는 공연장이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오르는 주요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공연을 훨씬 싼 값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슈베르트 음반 발매와 함께 전국 순회연주에 나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첫 공연을 강동아트센터에서 시작했다. 지난달 6일 열린 이 공연 티켓 최고가는 9만원. 예술의전당(13만원)보다 30% 이상 쌌다. 덕분에 850석짜리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은 거의 찼다.

이번 주말부터 내한 공연을 갖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더 파격적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티켓 값은 최고가 25만원이지만, 강동아트센터(11월 6일)는 9만원. 다른 자리도 백건우 독주회 때와 같은 7만원, 5만원, 3만원 순이다. 구민 할인(10%), 청소년 할인(50%)까지 합하면, 실제 구입가는 더 내려간다. 공연은 보고 싶은데, 지갑이 얇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스케줄을 챙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마르틴 슈타트펠트(11월 5일) 피아노 독주회도 이틀 전 예술의전당 공연과는 다른 레퍼토리로 찾아간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송재영 부장은 "강동아트센터는 예술의전당과 16㎞ 정도 떨어져 있어 경쟁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의전당과 같은 공연을 기획할 수 있다"고 했다.

2011년 9월 문을 연 강동아트센터가 이렇듯 파격적으로 공연을 주최할 수 있는 이유는 기획 공연 사업비가 다른 구(區) 공공극장보다 2배 이상 많은 연 13억원으로, 자체 기획 공연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자체 기획 공연은 연평균 74건으로 전국 공연장 평균(25%)보다 3배나 높다. 상주단체인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작년과 올해, 각각 베토벤 교향곡 전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데 이어, 내년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를 계획 중이다. 무용에도 주력, 강동 스프링 댄스페스티벌을 해마다 열고 있다.

강동아트센터 같은 지역 공공극장 활성화는 주민들의 문화 향수 기회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해외 연주자나 오케스트라가 최대 10번까지 지방 도시를 돌며 연주하기 때문에 제작비나 티켓 값을 낮출 수 있지만, 우리는 기껏해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2번 연주하는 게 보통이다.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관장은 "지역 주민들이 1시간씩 차를 타고 서초동 예술의전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문화생활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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