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몰려갔다… 추석 공연장 중장년층 '돌풍'

입력 : 2013.09.22 03:12   |   수정 : 2013.09.24 09:55

연휴기간 뮤지컬·연극 관객 '껑충'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연일 매진, '드립걸즈' 40대 이상 관객 2배로
긴 명절로 가족 단위 관객층 증가… 최대 50% 할인 마케팅도 한몫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연휴의 오락은 주로 영화였다. 이번 추석은 조금 달랐다. 연극과 뮤지컬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5년 만에 찾아온 최장기 휴일(5일)에 평소 공연을 잘 보지 않는 40대 이상 관객이 공연장으로 몰렸다.

전에 없던 관객층 변화의 핵심은 '가족'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함께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중장년도 공연장을 많이 찾았다. 가족에게 선물로 보여준 공연도 많았다. 대작 뮤지컬이 올라간 대극장은 물론, 대학로 소극장도 40대 이상의 발길로 북적였다.

제6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으로, 간암 말기 아버지를 돌보는 눈물겨운 사연을 담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공연장인) 서초동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으며 밀려드는 가족 관객으로 연일 매진 사례를 빚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측은 "40대 이상이 80%에 이른다"며 "30대 이상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와서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추석 다음날인 지난 20일 가족애를 다룬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낮 공연 직후, 중장년 관객들이 공연장인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를 나오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추석 다음날인 지난 20일 가족애를 다룬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낮 공연 직후, 중장년 관객들이 공연장인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를 나오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영화 '빌리 엘리어트' 원작자인 리 홀의 연극 '광부화가들'이 공연 중인 서울 명동예술극장은 원래 단체 학생 관객이 많다. 그러나 전석 매진된 20일 공연에는 가족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극장 측은 "40대 이상이 2배 정도 늘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면서 "'딸이 연극 한번 보라고 사줬다'며 매표소에서 표를 찾아간 노년 관객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초연에 이어 추석 재공연에 들어간 국립창극단의 '서편제'는 자체 인터넷 예매 현황으로만 보면 40대 이상 비율이 3%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그러나 실제 공연장을 찾은 비율로는 중장년이 전체 관객의 30%였던 초연 때보다 2배 넘게 껑충 뛰었다. 극장 측은 "젊은 층이 예매해 부모에게 선물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표값 할인의 힘도 작용했다. 영화에 비해 평균 5배 이상 비싼 '가격의 벽'을 낮추기 위해 제작사들은 연휴 기간 30% 이상 할인 마케팅을 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워런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년)를 옮긴 작품. 고전 영화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들을 위해 '청춘 할인' 이름을 내걸고 40대 이상은 30%를 깎아줬다. 17일과 20일 공연의 '청춘 할인' 예매자는 평소보다 7%가량 늘었다. 40대 이상 예매자 비율도 15.2%에서 29%(20일 공연 기준)가 돼 2배 정도로 증가했다.

부담 없는 웃음과 편안한 즐거움이 검증된 공연도 할인의 힘을 받아 발길을 끌었다. 개그우먼이 나오는 뮤지컬 '드립걸즈'의 평소 40대 이상 관객은 15% 정도. 이 비율이 추석 전날인 18일은 25%, 당일인 19일은 30%로 갑절 이상 뛰었다. 공연장인 CGV신한카드아트홀 측은 "연휴 기간 '3인 이상 가족 30% 할인' 혜택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았다"고 밝혔다. 7년째 공연 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평소 40대 이상 관객이 3% 내외였으나 반값 할인 덕분에 연휴 평균 11%로, 3배 이상 뛰었다. '보니 앤 클라이드' 제작사인 엠뮤지컬아트 측은 "이번에 중장년 관객의 잠재력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공연을 꾸준히 개발하겠다"고 했다.

♣ 바로잡습니다
▲22일자 A16면 '추석 공연장 중장년층 돌풍' 기사 중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주연은 로버트 레드퍼드가 아니라 워런 비티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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