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간 자유부인, 세계를 홀렸네요

입력 : 2013.08.21 23:49

[세계적 공연예술제 에든버러… 공식 초청받은 무용가 김효진]

3차원으로 살린 흑백필름과 자유부인의 농염한 몸짓에 축제 총감독 추천작에 들어
"예술과 기술의 성공적 결합… 韓 미디어아트 세계적" 찬사

'중공군 50만명에 해당하는 조국의 적(敵)'이라 불렸던 '자유부인'. 그 문제적 여성이 세계 공연 축제의 심장부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 예술가의 상상력, 테크놀로지의 세례를 받은 '자유부인'은 에든버러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EIF)에 공식 초청받아 지난 20일 오후 8시 첫 무대에 섰다.

무용가 김효진씨가 태평무 춤사위로 공연을 열었다. 그녀를 3면에서 둘러싼 것은 5m40㎝ 높이의 스크린. 동명 영화(1956)의 일부 영상과 김씨가 새로 만든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가 한 시간 동안 무대에 펼쳐졌다. 김씨의 팔이 남자 무용수 김형남씨를 휘감는 순간 60년 전 영화 속 교수 부인과 옆집 대학생이 나누는 농밀한 눈빛이 화면에 흘러갔다.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간 김씨 곁에서는 가수 고복수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포마드를 곱게 발라 머리를 빗어넘긴 그가 부르는 '타향살이'가 울려 퍼지면서 '부인'의 갈증은 무용수의 몸짓을 따라 점점 더 뜨거워져 갔다.

지난 20일 올해 에든버러축제 공식 초청작으로 첫 공연을 올린 무용수 김효진씨의‘자유부인’. 무대 3면을 둘러싼 흰 스크린에 2차원 영상 등이 펼쳐지는 동안 3차원 안무가 스크린을 넘나든다. /YMAP제공
지난 20일 올해 에든버러축제 공식 초청작으로 첫 공연을 올린 무용수 김효진씨의‘자유부인’. 무대 3면을 둘러싼 흰 스크린에 2차원 영상 등이 펼쳐지는 동안 3차원 안무가 스크린을 넘나든다. /YMAP제공
김씨의 작품 '자유부인'은 조너선 밀스 EIF 예술감독의 '3대 추천작'에 들었다. 밀스 감독은 2차원 흑백 필름을 3차원으로 풍부하게 살려낸 깊이 있는 상상력과 세련된 영상미에 반했다고 한다. 이날 공연은 아이디어와 기술, 상상력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보여줘 영상을 과소비하는 요즘 공연계에 전범이 될 사례를 남겼다. 공연 후 김효진씨는 "미디어 아트 부문에서 한국의 수준은 세계적이라는 점을 이곳에 와서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예술과 기술(Art and Technology)'을 올해 주제로 선택한 EIF는 김씨와 미디어 아티스트인 연세대 김형수 교수 부부를 나란히 초청했다. 김형수 교수는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아날로그의 도시' 에든버러 한복판에 설치 작품 '미디어 스킨스'로 첨단 기술의 선물을 안겼다. 대표 공연장인 어셔홀 앞에 가로 7m, 세로 2m 크기의 LED 스크린 4개를 손으로 깎아 만든 나무 틀에 담아 세웠다. 테크놀로지(스크린)를 품는 것은 아날로그(나무틀)라는 의미다. 한강변, 독도, 한라산, 백두산, 자유의 여신상, 만리장성 등 각국의 위성사진 100장이 돌아가는 화면을 따라 아리랑과 스코틀랜드 전통 민요가 흘러나왔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기한 보석 상자 같다"는 반응. 김 교수는 "작품명 스킨스(skins)는 피부처럼 얇아지기를 원하는 모든 미디어의 지향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어셔홀 앞에 설치된 김형수 교수의‘미디어 스킨스’. /YMAP 제공
어셔홀 앞에 설치된 김형수 교수의‘미디어 스킨스’. /YMAP 제공
김씨 부부는 EIF에 공식 초청받은 두 번째 사례. 2011년 축제 때 연출가 오태석의 극단 '목화'와 서울시립교향악단, 안은미컴퍼니가 공동으로 첫 초대장을 받았다.


☞에든버러축제

에든버러를 ‘축제의 도시’로 만든 건 바로 페스티벌 때문이다. 엄격히 고른 아티스트 2500명이 160개 공연을 올리는 에든버러축제(EIF), 어떤 아티스트에게든 문이 활짝 열린 프린지 축제가 가장 유명하다. 두 축제 기간 중에는 70개국에서 50만명이 찾아와 약 3억달러(약 3350억원)를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EIF는 최고 수준 공연이지만 최고가 티켓이 30파운드(약 5만2000원). 프린지에는 무료 공연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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