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손가락 기적 같이 회복…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씨
자폐 딛고 플루티스트 꿈꾸는 박가은양
정명화 등 재능기부로 열리는 평창 스페셜뮤직페스티벌
가은(18)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플루트를 배우게 한 것도 장애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면 친구도 사귀고 사회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침을 많이 흘려 플루트에 늘 수건을 댔다. 천식 기운이 있어서 관악기를 하기엔 무리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플루트 연주가 폐활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밀어붙였다.

가은이는 하루 대여섯 시간씩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일 만큼 연습에 매달렸다. 음감이 좋고 악보를 빨리 익힌 덕분에 제25회 전국장애인예술제 최우수상을 받았고, 음대 진학을 꿈꿀 만큼 실력이 늘었다.
플루티스트를 꿈꾸는 가은이가 오는 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평창스페셜뮤직페스티벌' 개막 무대에 선다.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클라라 주미 강·26)와 비제의 '아를의 여인'을 협연한다. 지난 31일 평창 알펜시아홀에서 강주미를 처음 만난 가은이는 "정말 기쁘다"며 수줍어했다.
강주미는 한국인 최초로 바이로이트 무대에 선 성악가 베이스 강병운 서울대 교수의 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세 돌도 되기 전 바이올린을 시작해 네 살 때 독일 만하임 음대에 진학하면서 순조롭게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키워갔다. 그러다 열한 살 무렵 사고가 났다. 농구를 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엉망으로 부러지면서 연주자의 꿈을 포기하게 된 것. 3년 반 동안 바이올린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2010년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에 드는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스타로 우뚝 섰다. 강주미는 "긍정적인 마음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더니 이뤄졌다"고 가은이를 격려했다.
나경원 평창스페셜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진학을 꿈꾸는 가은이에게 "열심히 해서 합격하라"고 격려했고, 한예종 출신인 강주미는 두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가은이도 "자신 있어요"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나 위원장은 "지적 장애인을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응원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 페스티벌을 열게 됐다"면서 "이번 축제엔 저개발국의 지적 장애아들도 초청, 한국이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고 말한다.
10일까지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스페셜뮤직페스티벌엔 정명화(첼로), 신수정(피아노), 강승민(첼로), 발레리나 김주원과 기타리스트 이병우, 재즈드러머 제프 바우더와 '넥스트' 기타리스트 김세황, '부활'의 김태원 등의 공연과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마스터클래스가 이어진다. 출연진과 강사들은 재능 기부로 참여한다. (02)761-0451, www.specialmusicfestiv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