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토록 '젊은 國樂' 들어본 적 있나요

입력 : 2013.07.07 23:42

국악그룹 '푸리', 20주년 콘서트

이렇게 슬픈 노래를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소리꾼 한승석의 계면제 소리 '추억'은 '판소리는 박제된 전통'이란 생각이 얼마나 게으른 것인가를 증명했다. '황천이 어데라고 그리 쉽게 가던가/ 왔다 가면 그저나 가지….' 연인을 먼저 떠나보낸 어느 판소리 명창의 사무치는 그리움을 '천재 소년' 정재일의 감각적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애끓는 소리로 담아냈다. 절창(絶唱). 700석 객석을 가득 채운 20대 관객들은 라이브 콘서트장에서처럼 탄성과 환호를 쏟아냈다.

'푸리'의 앙코르 연주는 자연스레‘뒤풀이’로 이어져 마치 홍대 클럽 같았다. /국립극장 제공
'푸리'의 앙코르 연주는 자연스레‘뒤풀이’로 이어져 마치 홍대 클럽 같았다. /국립극장 제공
지난 6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푸리 20주년 기념 콘서트는 판소리와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와 피리가 자연스레 섞이는 '젊은 국악'의 성취를 담아낸 무대였다. 베이스 드럼과 아프리카 북 젬베, 심벌즈, 피아노, 피리 등 태평양 양쪽 악기가 총출동한 민요 '몽금포타령'은 달빛 아래 거닐듯 몽환적이었고, 원일과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고수 김웅식, 민영치, 장재효가 나선 장구 4대의 난타 '다드리'의 에너지는 폭발했다.

백미는 판소리 '적벽가'의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재구성한 '자룡, 활쏘다'. 고수의 북 반주에 맞춰 자진모리로 시작한 노래는 북과 심벌즈, 베이스 드럼, 젬베 등 천지를 진동하는 타악기와 피아노가 가세하고 중모리, 엇모리 장단으로 속도감이 붙으며 오케스트라급의 풍성하고 다채로운 소리로 발전했다. 오나라 장수들과 조자룡의 긴박한 추격전은 영화 보듯 박진감 넘쳤다.

'푸리'는 국악계에서 처음으로 '오빠 부대'를 몰고 온 그룹.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푸리의 진가를 알아본 건 일본이었다. 푸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 현대적 우리 가락을 전파했다. 국내에선 2007년 2집 음반 이후 활동이 뜸해 아쉽다.

푸리 20주년 콘서트는 국립극장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의 하나. 김수철, 한영애, 김용우, 그룹 '공명' '그림' 등이 나서는 '여우락'은 2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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