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는 다 그래? 누가 그래!

입력 : 2010.03.11 02:46   |   수정 : 2010.03.11 09:42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내한… 오케스트라 지휘하며 연주 '파격 무대'

"솔로이스트(soloist)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음악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실제 피아노 연주자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취직할 수 없고, 오페라 극장에서 노래할 수도 없다. 고독하고 화려하며 거만한 왕자이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는 그래서 피아니스트들을 항상 따라다닌다. 하지만 오는 24일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하는 명(名)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Andsnes)는 이 모든 편견을 깨끗하게 불식시킨다.

● 피아니스트는 보수적이다?

지난 2007년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Grieg·1843~1907)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 안스네스는 다큐멘터리 영상을 촬영했다. 이때 안스네스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직접 올라가 그리그의 '발라드'를 연주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노르웨이의 산악은 그대로 음악의 배경이 됐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노르웨이의 산맥은 그리그가 겪어야 했던 고된 삶의 여정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지난 2008년에도 안스네스가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는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상 아티스트 로빈 로드가 스크린 위로 미디어 아트를 보여주는 퍼포먼스(performance)를 펼쳤다. 그는 "우리는 북유럽과 남아프리카, 클래식 음악과 힙합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니고 있었지만 예술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관심은 같았다. 지금은 그도 클래식 음악의 팬이 됐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의 한복판에서 지휘를 겸하면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안스네스는“음악 전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지휘와 연주를 함께 하는 편을 즐긴다”고 말했다./마스트미디어 제공
오케스트라의 한복판에서 지휘를 겸하면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안스네스는“음악 전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지휘와 연주를 함께 하는 편을 즐긴다”고 말했다./마스트미디어 제공

● 피아니스트는 왕자님이다?

안스네스는 다양한 분야의 연주자들과 가곡·실내악을 협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는 버르토크의 소나타를, 아르테미스 4중주단과는 슈만과 브람스의 실내악을 각각 녹음했다. 그는 "16세에 음대에 입학한 뒤 비올라 소나타부터 가곡 반주까지 언제나 실내악과 함께 지냈다. 피아니스트는 외롭기 쉽지만, 다른 악기와 연주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만 친다?

안스네스는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면서 연주와 지휘를 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두 장의 음반을 발표했고, 올해도 같은 악단과 모차르트 협주곡 23~24번을 협연한다. 그는 "거대하고 영웅적인 낭만주의 협주곡에서는 다음 소절을 미리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하지만, 모차르트의 협주곡은 연주자와 악단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같다. 솔직히 악단의 한복판에 앉아서 지휘와 연주를 동시에 하는 편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 피아니스트는 콩쿠르 출신?

안스네스는 14세 때 노르웨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17세 때 첫 독주회를 가졌기에 콩쿠르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는 "19세 때 영국에서 당시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영국 악단에서 초청이 들어왔다. 그 때문에 한동안 그리그만 연주해야 했다"며 웃었다.

안스네스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2~3차례 콩쿠르에 참석해보았지만 하루 5~6시간씩 똑같은 피아노 음악만 듣다 보면 신선함을 잃을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음악에서 경쟁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내한공연, 24일 통영시민문화회관, 25일 울산현대예술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02)54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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