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향악단들 떠나자, 가을여행

입력 : 2009.09.17 02:59

지역 울타리 벗어나 원정공연 활발히 추진
수원시향, 백건우 초청 예술의전당서 연주회… 대전시향도 서울서 공연

지난 4일 이탈리아의 명문 극장인 라 스칼라에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 이달 말 일본으로 날아가 뉴 재팬 필하모닉과 협연, 다시 태평양을 건너가 오는 11월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독주회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빡빡한 가을 일정 속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잠시 한국에 들러 숨을 고르고 있었다. 15일 입국한 그는 다음 날에도 하루 종일 서울 한남동 일신빌딩의 음악 홀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는 11월 카네기 홀에서 그는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3곡(30~32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부인 영화배우 윤정희는 지난 8월부터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詩)》를 촬영하기 위해 강원도에 내려가 있다. 백건우는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건 15년 만에 처음이다. 프랑스의 지인들도 '혼자서도 다니느냐' '요리는 해서 먹느냐'며 놀라고 또 놀린다"고 말했다. 때로는 침묵마저 긴 문장처럼 느껴지는 그의 차분하면서도 담백한 말투는 여전했다.

수원시향 지휘자 김대진(사진 왼쪽), 대전시향 지휘자 장윤성
수원시향 지휘자 김대진(사진 왼쪽), 대전시향 지휘자 장윤성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수원시향(지휘 김대진)의 다음 달 16일 서울과 19일 수원 연주회에 협연자로 동승한다. 피아노 협주곡 레퍼토리만 70여곡에 이르는 백건우는 이번 연주에서 국내에서 좀처럼 듣기 쉽지 않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골랐다. 백건우는 "초연 직후 평이 좋지 않아 작곡가가 수차례 손질에 매달렸던 '비운의 걸작'"이라며 "언젠가 나만의 판본으로 만들어 연주해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대진은 손열음과 김선욱 등 차세대 피아니스트를 길러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지난해부터 수원시향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다. 백건우는 "피아노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한편으로 부럽고, 다른 한편으로 존경스럽기도 한 음악인"이라고 말했다.

올가을 지역 교향악단들이 활발하게 원정 공연에 나서고 있다. 매년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에 1차례씩 참여하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수원시향은 올해 서울 연주회에 이어 내년에는 전국 10개 도시 순회 공연에 나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짜고 있다. 상임지휘자 김대진은 "음악계에서도 서울과 지역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해온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 도식에서 벗어나고 지역과 지역 사이의 문화 교류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다음 달 수원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다음 달 수원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지휘자 장윤성을 예술 감독으로 맞이한 대전시향도 서울 등정에 나선다. 오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4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등으로 취임 연주회를 갖는 것이다. 장윤성은 "매년 상반기에는 교향악 축제에 참가하고, 하반기에는 서울 연주회로 2차례씩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러(Mahler) 탄생 150주년을 맞아 대전에서 작곡가의 교향곡 1·2·5·8번을 잇달아 연주하고, 지휘자의 이름을 딴 해설 프로그램인 '장윤성의 음악 교실'을 만들 계획이다.

장윤성은 "객관적으로 음악만 연주한다기보다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듯이 표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1905년 러시아 혁명을 소재로 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이나 현악의 풍부한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등을 우선 연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시향 백건우 초청 연주회, 10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수원), (031)228-2813

▶대전시향 연주회, 9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24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042)610-2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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