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도시 울산'을 향해] 울산에도 소극장 문화가 절실하다

입력 : 2009.09.02 04:17
이경우·현대예술관 홍보마케팅 팀장

서울 대학로에는 객석이 100석 남짓되는, 이른바 '소극장'이 줄잡아 100곳 이상 있다. 이 일대의 소극장 지도를 따라서 답사를 하거나 극장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홍보부스에서 볼 만한 공연을 고를 때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재미다.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 일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제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강남으로 소극장들이 진출하고 있다.

인근 부산만 해도 대학가가 있는 동래와 대연동을 중심으로 10여개의 소극장이 들어서 있고, 대구는 도시의 세로축인 중앙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산재해 있는데, 주말이면 찾는 발길이 많다.

울산에서는 아직 소극장 무대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소극장 몇 개가 생겨났었지만 오래지 않아 문을 닫고 말았다. 최근에는 소극장을 만들겠다며 중구에 있는 영화관을 리모델링했는데, 어떤 사정인지 소극장 대신 공연 연습장으로 쓰기로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울산의 문화예술회관들이 운영하고 있거나 개관할 예정인 공연장들은 명칭이 '소공연장'으로 되어 있지만 객석수가 모두 300~400석 이상이 되다보니 대학로 소극장의 소박한 감칠맛을 내기에는 좀 멋쩍은 감이 있다. 그나마 현대예술관이 지난해 일부 시설을 바꿔 오픈한 소극장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소극장 공연은 재미와 감동 이외에 관객의 참여와 교감이라는 속성이 더해져 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동일 공간 안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고, 질문하고 답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스펙터클한 무대, 현란한 조명이 압도하는 대공연장 작품들과는 달리 오밀조밀하고 소박하고 앙증맞으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다. 때로는 폭소가 쏟아지고, 때로는 눈물을 짜낸다.

기성세대가 모르는 기발한 재미도 있다. 입구나 로비에 낙서판, 게시판이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만들어 두기도 하는데 왜 이 앞에서 우리 자녀들이 굳이 서너 가지로 볼펜 색깔을 바꿔가면서 메시지를 남기는지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또 배우와 같이 사진을 찍을 때는 손가락을 찢어 'V'자를 그리고, 굳이 남들 다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프러포즈를 해야 여자친구가 감동을 먹는지도 마찬가지다.

울산의 소극장, 즉 현대예술관 소극장엔 다른 도시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경향이 있다. 인근 부산만 하더라도 소극장 관객의 80%가 연인들이거나 20대다. 그에 비해 현대예술관 소극장에는 중년의 부부가 오기도 하고, 직장인, 주부 계모임, 동창회, 중간고사를 마친 고교생, 심지어 노인대학 할머니들까지도 관객으로 온다.

일부이긴 하지만 이들 문화소비자 중에는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부류가 등장하고 있다. 공연내용과 연기에 대한 비판, 서비스에 대한 불평, 관람료에 대한 불만 등등, 그들은 벌써 문화의 적극적 소비자인 동시에 창조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의미있고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울산에는 딱히 젊은이들의 문화존이라 할만한 곳이 없다. 서울처럼 내키는 대로 기타를 퉁겨도 탓하지 않는 대학로도 없고, 인사동이나 특징적인 골목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백화점 앞이나 시네마타운이 전부다.

울산에도 소극장이 좀 더 생겨나야 한다. 그 소극장들이 울산 청년문화의 실크로드가 되고, 동시에 문화 유목민, 문화 게릴라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가는 열린 마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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