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음악 콘서트] 아이들 가슴에 찾아온 '음악 축제'의 첫 경험

입력 : 2009.07.20 02:49

수지 '성심원'서 첫 공연

"노래를 듣는 동안 너무 좋아서 그런가, 막 여기가… 심하게 두근거렸어요."

은호(가명·10)는 말을 더듬으면서도 명치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을린 두 볼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저게 기타죠? 저건 아코디언이고요? 저도 나중에 연주해볼 수 있을까요?" 아이의 두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조선일보와 스톰프뮤직이 함께 하는 '찾아가는 무료 음악 콘서트'. 그 첫 번째 나눔 공연이 19일 오후 6시 경기도 수지 동천동 '성심원' 야외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가톨릭 수녀 10명이 남자아이 48명을 데리고 지내는 보육시설. 아이들은 이곳에 모여 수녀님을 "엄마"라고 부르며 산다. 수녀님들 덕분에 어느덧 어엿한 고등학생으로 자란 아이들도 있다.

‘깜짝 선물’같은 콘서트가 열렸다. 19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 동천동 보육원 ‘성심
원’. 김정범씨 등이 공연한 ‘푸딩’의 무료 공연에 아이들, 자원봉사자가 모두 한마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깜짝 선물’같은 콘서트가 열렸다. 19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 동천동 보육원 ‘성심 원’. 김정범씨 등이 공연한 ‘푸딩’의 무료 공연에 아이들, 자원봉사자가 모두 한마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공연은 단출하면서도 풍성했다. 팝 재즈 밴드 '푸딩(Pudding)'의 김정범씨가 세 명의 연주자를 이끌고 에릭 클랩튼(Clapton)의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을 아코디언과 플루게온, 퍼커션 등을 활용한 어쿠스틱 연주로 들려주자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들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노래가 끝나자 아이들은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산울림의 노래 '안녕'과 '푸딩(Pudding)' 1집에 수록된 노래 '생스(Thanks)'가 이어지자 몇몇 아이들은 길게 휘파람을 불며 즐거워했다.

멜로디언을 연주하던 김정범씨가 잔디밭에 앉아 있던 아이들을 하나 둘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무대로 엉겁결에 끌려 나온 아이들의 손에 트라이앵글과 캐스터네츠 같은 타악기가 쥐어졌다. 처음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은 어느덧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며 천천히 악기를 두들겼고,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마지막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할 때 아이들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율동까지 곁들이며 까르르 웃었다.

본지에 사연을 보내 나눔콘서트를 신청했던 자원봉사자 김지현(43)씨는 "아이들에게 오늘 음악의 힘을 알게 해줘서, 노래가 얼마나 예쁜 건지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 공연이 이 여린 아이들 마음에 작은 꿈 하나를 심어줬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정범씨도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걸 보니 무척이나 뿌듯하다. 노래가 사람을 얼마나 충만하게 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 공연이 끝난 다음에도 아이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11살 난 진우가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은 꼭 일기를 쓰고 잘 거예요."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무료 나눔 콘서트'는 8월에도 계속된다. 이메일(event@stompmusic.com)로 단체명과 '문화 나눔 프로젝트' 공연이 필요한 이유, 공연을 듣고 싶은 장소와 연락처를 적어 보내면 심사 후 뽑힌 팀에 개별 통보한다. 문의 (02)2658-3546

문화나눔 프로젝트 '함께' 첫 콘서트가 열린 용인시 성심원에서 푸딩 밴드가 소녀시대의 지Gee를 연주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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