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 웃는 클래식

입력 : 2009.04.23 03:14

어쩌면 클래식 음악은 '아빠의 목욕탕'인지 모른다. 뜨거운 열탕에 들어간 아버지는 연방 "시원하다"고 하지만, 정작 그 말에 따라서 몸을 담그면 열기에 움칫하기 일쑤다.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이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보통 사람의 귀에는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하다. "아버지의 열탕에 속지 말자"고 말하는 클래식 공연이 잇달아 가족 관객을 찾는다. 유머와 클래식을 결합한 '퍼포먼스(performance) 공연'들이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로 구성된 현악 3중주단 '플럭(Pluck)'은 오는 30일부터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축축 늘어질 정도로 느리게 연주하다가 점차 가속도를 내면 악기에서 연기가 치솟고, 화분으로 몸을 가린 채 《마술피리》 서곡을 연주하다가 의자를 갖고 옮겨 다닌다. 마치 클래식판 '개그 콘서트'를 보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클래식 음악에 웃음을 결합한 현악 3중주단‘플럭’.
클래식 음악에 웃음을 결합한 현악 3중주단‘플럭’.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주형기(리처드 주)는 러시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과 짝을 맞춰 '이구데스만&주'라는 이름으로 2인조 클래식 퍼포먼스를 펼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동안 곁에서 진공청소기를 돌리면 활이 빨려 들어가버리고, 피아노를 연주하려고 하면 갑자기 신용카드를 넣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팬터마임과 음악의 결합으로, 한참 웃다 보면 역설적으로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다음달 5~18일 열리는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에 감칠맛을 더할 음악 손님으로 초대받았다. 공연 도중 가감 없는 욕설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마음의 대비를 단단히 해두는 편이 좋다.

▶플럭 내한 공연, 4월 30일~5월 17일 마포아트센터, (02)545-9174

▶이구데스만&주 음악회, 10일 영산아트홀, 12일 구로아트밸리, (02)712-4879
클래식에 유머를 불어넣은 트리오 '플럭'.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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