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20 03:38
발레 '라 바야데르'
푸른 조명 아래 흰 '튀튀'(tutu·발레리나의 옷)가 끝없이 밀려왔다. 발레 《라 바야데르》의 하이라이트인 '망령(亡靈)들의 왕국' 장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망령들은 느리게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세 걸음 걷고 아라베스크, 그리고 두 다리를 쭉 뻗은 채(tendu) 팔은 하늘로(en haut), 다시 세 걸음 전진…. 최면에 빠진 듯 시야가 몽롱해졌다. 계단을 따라 무대로 내려온 발레리나들은 8명씩 4줄, 모두 32명이었다. 그들이 한 호흡으로 군무(群舞)를 추자 객석 여기저기서 참았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창단 25주년을 기념하는 《라 바야데르》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130여 명이 출연하는 이 블록버스터 발레는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했다.
세 걸음 걷고 아라베스크, 그리고 두 다리를 쭉 뻗은 채(tendu) 팔은 하늘로(en haut), 다시 세 걸음 전진…. 최면에 빠진 듯 시야가 몽롱해졌다. 계단을 따라 무대로 내려온 발레리나들은 8명씩 4줄, 모두 32명이었다. 그들이 한 호흡으로 군무(群舞)를 추자 객석 여기저기서 참았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니버설발레단(UBC) 창단 25주년을 기념하는 《라 바야데르》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130여 명이 출연하는 이 블록버스터 발레는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했다.

거대한 세트와 화려한 의상(400여벌), 약혼식의 다채로운 춤들(디베르티스망)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임혜경)와 전사 솔로르(황재원), 공주 감자티(이상은)의 사랑과 배신이 뒤엉켰다.
황재원은 등장할 때부터 박수를 받았다. 1993년부터 UBC에 몸담은 그에게 이번 공연은 주역으로서의 은퇴 무대다. 믿음직한 테크닉과 연기력을 가진 황재원은 이날도 니키아와 감자티를 오가는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며 안정적인 솔로르를 빚어냈다.
2막 감자티와의 파드되(2인무)에서는 고통이, 3막 니키아와의 파드되에서는 애절함이 묻어났다. 사랑을 잃고 죽음을 택하는 무희 니키아의 춤 앞에서 관객은 처연해졌다. 권력으로 사랑을 쟁취해야 하는 이상은의 감자티는 임혜경의 니키아에 비해 힘이 약해 집중력을 떨어뜨린 게 아쉬웠다.
3막 '망령들의 왕국' 장면은 완성도 높은 군무로 UBC의 기량을 증명했다. 수직으로 선 64개의 토슈즈가 무대 바닥에 반사되며 빗방울처럼 톰방거렸다. 춤에는 반복과 변주가 있었고,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16명씩 좌우로 길을 만드는 대목도 아름다웠다.
긴 스카프로 이어진 솔로르와 니키아의 파드되는 여러 번의 '브라보!'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장면, 무대 한복판에서 황재원이 회전하는 니키아의 몸을 잡아줄 때 그의 '황금 손'이 빛났다.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황재원은 23·26일 무대에 오른다. 1544-1555
황재원은 등장할 때부터 박수를 받았다. 1993년부터 UBC에 몸담은 그에게 이번 공연은 주역으로서의 은퇴 무대다. 믿음직한 테크닉과 연기력을 가진 황재원은 이날도 니키아와 감자티를 오가는 감정의 진폭을 표현하며 안정적인 솔로르를 빚어냈다.
2막 감자티와의 파드되(2인무)에서는 고통이, 3막 니키아와의 파드되에서는 애절함이 묻어났다. 사랑을 잃고 죽음을 택하는 무희 니키아의 춤 앞에서 관객은 처연해졌다. 권력으로 사랑을 쟁취해야 하는 이상은의 감자티는 임혜경의 니키아에 비해 힘이 약해 집중력을 떨어뜨린 게 아쉬웠다.
3막 '망령들의 왕국' 장면은 완성도 높은 군무로 UBC의 기량을 증명했다. 수직으로 선 64개의 토슈즈가 무대 바닥에 반사되며 빗방울처럼 톰방거렸다. 춤에는 반복과 변주가 있었고,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16명씩 좌우로 길을 만드는 대목도 아름다웠다.
긴 스카프로 이어진 솔로르와 니키아의 파드되는 여러 번의 '브라보!'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장면, 무대 한복판에서 황재원이 회전하는 니키아의 몸을 잡아줄 때 그의 '황금 손'이 빛났다.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황재원은 23·26일 무대에 오른다.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