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절망 뒤 찾아온 실낱같은 희망의 노래

입력 : 2009.03.16 03:37

괴르네 리사이틀

마티아스 괴르네
고통의 밑바닥에서 자아는 둘로 갈라진다. 고통을 체감하는 자와, 멀리서 그 고통을 관조하는 자로 나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같은 사람 창백한 그 얼굴, 왜 나와 같은 고통을 이곳에서 앓고 있는가"라고 토로한다. 슈베르트(Schubert)가 남긴 마지막 가곡을 모은 가곡집 《백조의 노래》에 실린 〈도펠겡어〉의 정서는 침울하면서도 통렬하기 그지없다.

독일 출신의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Goerne)는 13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이 가곡집을 고르면서, 〈도펠겡어〉를 14번째로 부르며 마쳤다. '분신(分身)'이나 '또 다른 자아'로 번역됨 직한 〈도펠겡어〉로 끝내면서 괴르네는 이 가곡집이 무엇보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고백이며, 끝내 종착점을 찾지 못한 방황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0여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기 시작하자, 괴르네는 두 차례 커튼콜 뒤에 남겨두었던 마지막 곡 〈비둘기 우편〉을 앙코르로 불렀다. 그는 "비둘기 나의 마음을 잘 알아주리라"라는 노랫말로 접어두었던 희망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한참의 절망 뒤에 다시 실낱 같은 희망을 품어보는 건 우리의 삶 또한 같다. 13 ~14일 이틀간 계속된 이번 공연에서 괴르네는 《백조의 노래》 등을 부르며 2006년에 이어 한국에서의 '슈베르트 3대 연가곡' 무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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