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프리마돈나를 향한 길고 깊은 호흡

입력 : 2007.11.01 00:57

‘돈 조반니’ 체를리나役 소프라노 임선혜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의 살 플레이옐(Salle Pleyel) 극장.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둥지이기도 한 이 공연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됐다. 체를리나 역으로 참여한 소프라노 임선혜가 이중창의 마지막 카덴차 부분에서 쉼 없이 목소리를 길게 끌어가자, 지휘자 르네 야콥스는 객석을 향해 돌아서며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키는 시늉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긴 호흡을 강조하는 유머였다. 지휘자의 위트를 알아차린 파리의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소프라노 조수미·신영옥·홍혜경 등 소위 ‘3대 소프라노’의 뒤를 이을 유망주는 고음악 분야에서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모차르트 행(行) ‘특급 열차’에 올라탄 소프라노 임선혜를 가리키는 말이다.

임선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녹음하며 세계 음악계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명 지휘자 르네 야콥스(Jacobs)의 음반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 왕의 자비’에서 세르빌리야 역을 맡은데 이어, 올해 ‘돈 조반니’에서는 체를리나 역을 맡으며 한 등급 체급을 올렸다. 임선혜는 “내년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에서는 여주인공에 해당하는 일리아 역을 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헨델의 ‘메시아’와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등으로 내년 중순까지 유럽 무대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예순을 앞두고도 청정한 소리를 잃지 않는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의 노래에 감동한 적이 있다. 지나친 욕심에 빠지지 않고서 무대에서 롱런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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