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19 16:31
2027년 7월부터 시행
미술품 재판매 차익 발생하면 최초 창작자에게 보상금 지급
‘투명한 시장 형성’ vs ‘시장 위축 우려’
미술진흥법 시행에 따라 ‘추급권’이 2027년 7월부터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세부적인 보완과 재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추급권’은 미술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작가의 권익이 보장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규모가 작고 열악한 국내 미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반된다.
이른바 재판매보상청구권이라고도 불리는 ‘추급권’은 화랑·경매업·대여·판매업자가 미술품 재판매시 차익이 발생하면 최초 창작자에게 3~5퍼센트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상금 지급을 위한 작품의 금액과 고객의 개인정보 등의 거래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작가는 생존기간과 사망 후 30년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 재판매가 500만 원 미만, 업무상저작물,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 후 3년 내 2000만 원 미만 재판매 등은 제외된다.
미술 작품은 영화나 서적, 음반, 공연 등 시장으로부터 재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예술 문화 분야와는 달리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다. 작가 작품 활동을 거듭하며 점차 명성을 얻고 그게 작품가에 반영되기까지 보통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작품을 제작하고 생산한 당사자인 작가는 후에 유명 작가가 되어, 초기에 판매한 작품이 당시 가격의 수천, 수만 배가 됐다 한들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것은 없다. 결국 가격 상승에 따라 혜택을 보는 사람은 작품의 소장자다.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가 있다. 추급권이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밀레의 대표작 ‘만종(The Angelus)’(1857~1859)은 작가의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 경매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회화다. 1860년 1000프랑에 판매된 이 그림은 천정부지로 폭등해 1890년에는 작품가가 80만프랑에 이르렀다. 그러나 800배나 값이 올랐다 한들 이미 밀레는 세상을 떠난 뒤였고 이로부터 그의 유족이 얻은 혜택이나 부는 없을뿐더러 여전히 빈곤했다. 그래서 불합리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추급권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다.
추급권 시행으로 미술품 유통 구조가 한층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작품가에 있어서 객관적 수치나 지표가 있기는 다소 어려우나, 징수를 위해서는 작품가 기록이 필연적이므로 작품가에 대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반면, 추급권이 도입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신진 작가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중견 이상 작가의 경우 로열티를 지불하고서라도 기꺼이 작품을 구매할 컬렉터가 많지만 시장이 불확실한 젊은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상승분의 일정 비율을 반납한다는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와 달리 국내 미술시장은 개인 고객의 비중이 높다. 이와 관련해 신분 노출을 꺼리는 컬렉터들이 구입을 주저하거나 비공식적인 거래 경로 활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더불어, 거래액 기준의 모호함, 해외 작가는 규제 범위에서 제외돼 국내 시장 경쟁력 하락에 대한 문제가 뒤따른다. 이른바 ‘양날의 검’이 될 추급권. 정책이 현장에서 적절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미술 관계자들의 노력과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