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발견한 물의 생명력… 이진우 도쿄 개인전

입력 : 2025.11.24 15:28

신작 10여 점
12월 27일까지 도쿄 갤러리 + BTAP

Untitled, 2025,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linen, 95×130cm. /갤러리 + BTAP
Untitled, 2025,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linen, 95×130cm. /갤러리 + BTAP
 
기존 관습을 따르지 않고 지난 30여 년간 홀로 고유의 길을 개척해 온 작가 이진우의 개인전이 12월 27일까지 도쿄 갤러리 + BTAP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9년 개인전 이후 갤러리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자 4년 만의 개인전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6년에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진우는 낯선 이국에서 생활하며 작업실 한쪽에서 콩나물 한 포기가 돋아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물과 약간의 빛만으로도 자라나는 콩의 생명력을 목격했던 경험을 토대로 물을 단순한 재료가 아닌, 삶과 기억의 순환을 위한 일종의 생성 원천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진우의 작업은 그런 식이다. 목적없는 노동집약적 작업 방식으로, 디지털과 첨단 기술이 난무하는 현재의 흐름과 반대된다. 이진우는 단박에는 이룰 수 없고 오랜 시간과 노동이 꾸준히 축적돼야만 가능한 것에 끌렸다. 그것에는 시간과 이야기가 깊게 서려있다. 이진우는 그렇게 예술세계를 갈고 닦았다.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는 삼베 천에 숯을 바르고, 여러 장의 한지를 겹쳐 놓은 후, 철필로 표면을 두드리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해 "봄"과 "섬" 연작을 제작했다. 회화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천착하기 시작한 작가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한지와 숯을 재료로 삼아 고유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한지와 숯은 한국적인 소재이면서 오랜 외국 생활에도 작가에게 고국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준 매체이기도 했다.
 
한지 위에 잘게 부순 숯 조각을 얹고 그 위에 다시 한지를 겹겹이 발라 쇠솔질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데, 쇠솔을 두드릴수록 숯 조각이 모여 이룬 돌밭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거친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끊임없이 버려내고 비워내기를 실현한다. 내면의 단단한 자아를 치밀하고 풍부한 질감의 작품은 한지와 숯을 한 겹 한 겹 포개기를 거듭하며 스스로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할 때까지 무한대의 과정을 반복하는 인고의 산물인 셈이다.
 
반복적인 작업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질감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고요한 단색의 세계는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연작은 물을 모티프로, 가느다란 대나무 막대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물질과 정신의 융합"이라는 주제를 더욱 물리적이고 직관적인 차원으로 심화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150×300cm의 대형 작품을 포함하여 약 10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 개인전 전경. /갤러리 + BTAP
 
이진우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프랑스(2022), 상하이 롱 미술관(2022), 대구미술관(2022) 등 다양한 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24년에는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꾸준히 호응을 얻으며 국내외 관람객을 만났다. 주요 작품은 샤토 라 코스트(르 퓌 생트 레파라드), 대구미술관, 보고시안 재단(브뤼셀), 롱 미술관, 세르누쉬 미술관(파리)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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