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23 18:15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
4월 24일부터 10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지금 이 순간, 가장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짚어내는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가 4월 24일부터 10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다.
‘젊은 모색’은 1981년 ‘청년작가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긴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 순간 떠오르는 문제의식과 사회적 화두, 작업 경향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는 디지털 미디어 작업 기반 작가들의 약진이 눈에 띤다. 작가 강나영, 권동현×권세정, 김을지로, 김진희, 다이애나랩(백구, 유선), 무니페리, 상희, 송예환, 야광(김태리, 전인), 업체eobchae(김나희, 오천석, 황휘), 이은희, 장한나, 정주원, 조한나A, 조한나B 20인(개인/팀)이 참여한다. 이 중 김진희·정주원·조한나 3인을 제외한 17인이 모두 영상 미디어, 또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평소 동시대 회화 작가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디지털 미디어 작가의 숫자가 확실히 많다.

그럼에도 선정 작가들은 자신만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매체로 녹여내는 과정에 있어서 거침이 없었다.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게임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 상희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게임 속 캐릭터들과 발 맞춰 걷기를 제안하고, 그렇게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는 결과물이 전시장 벽면의 영상에 재생돼 전시의 일부가 되는 형식의 작품 ‘유량의 발맞춤’을 선보여 다양한 감각의 층위를 마주하게 했다.

조한나는 자연과 인체 내부의 해부도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듯한 인체 내부 공간과 땅속이나 식물의 뿌리를 시각적으로 일체화 인종이나 사회적 기준에 의해 이분법적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닌, 경계 너머의 평등한 세계를 은유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 유기체와 비유기체 등 여러 기준을 해체하고 존재의 근원적 상호연결성을 탐구한다.

전시는 과천관 1, 2전시실과 중앙홀을 다섯 섹션으로 나눠져 있다. 1전시실은 ‘기술 너머’, ‘관계 맺기’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기술 너머’에서는 김을지로, 송예환, 상희, 이은희 작가가 참여하여 디지털상에서 새로운 종의 이미지를 재현하고, 기술에 의해 증강된 공간에서 인간관계와 소통을 실험한다. 동시에 기술로 파생된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을 돌아보며 기술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담론과 서사를 요청한다. ‘관계 맺기’에서는 권동현×권세정, 조한나B(회화), 장한나 작가가 인체 표면 아래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인간의 욕망과 자본으로 생산된 인공물 화석을 수집하며 인종주의와 인간중심적 관점을 재고하게 한다. 이로써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도 공존에 기반한 세계를 기대하며 인간과 다양한 비인간 주체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 맺기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2전시실은 ‘타자로서 타자에게’, ‘함께 하기’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타자로서 타자에게>에서는 무니페리, 김진희, 조한나A(영상) 작가가 참여하여 차이와 배제가 내재한 일상에서 개인의 내밀한 감정들을 재현한다. 또한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맞물린 개인의 삶들을 들추며 자본과 생태가 엇갈린 풍경이 교차하는 고향의 서사와 이미지들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지역, 인종, 민족, 젠더, 계급 등 다양한 정체성은 사회, 문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변화함을 인식하며 타인의 존재에 다가가기를 제안한다. ‘함께 하기’에서는 강나영, 야광(김태리, 전인), 정주원, 다이애나랩(백구, 유선), 업체eobchae(김나희, 오천석, 황휘) 작가가 참여하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한 고정된 개념과 재현 방식을 전복하고, 돌봄과 환대의 문제를 미학적으로 재구성한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이들은 기존의 예술제도와 담론이 배제해 온 주체들을 수용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중앙홀은 업체eobchae(김나희, 오천석, 황휘)의 작품과 ‘젊은 혹은 모색’이라는 제목의 참여 작가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