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꽃미남 가수? NO…믿고보는 배우로 인정 받고싶어"

입력 : 2016.07.14 10:01
뮤지컬 '모차르트!' 원톱…극 이끌어
데뷔 20년차…선물같은 앨범 준비중
뮤지컬 '에비타'의 혁명가 '체 게바라', 뮤지컬 '엘리자벳'의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뮤지컬 '라카지'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겨내는 '앨빈', 뮤지컬 '프리실라'의 드래그퀸 '틱', 뮤지컬 '위키드'에서 바람둥이 '피에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

10대에 데뷔하자마자 '꽃미남 가수'라는 타이틀로 스타덤에 오른 이지훈(37)은 어느 순간부터 진중한 뮤지컬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캐릭터에 열망이 있었어요. 과거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로 외모만 주목받다 보니, 정작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못했거든요."

가수에서 드라마·영화 배우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시작했을 때조차도 대기업 실장, 교사 등 그의 이미지에 기반한 작품들의 섭외가 줄을 이었다. "이런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없나라는 고민을 했어요. 드라마나 영화는 보증되지 않은 이미지에는 잘 도전하지 않게 됐는데 뮤지컬에서는 감사하게도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출연 중인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극작 미하엘 쿤체·작곡 실베스터 르베이·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이지훈의 또 다른 측면을 조명한다.

2010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초연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미매김한 작품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모차르트의 내적·외적 갈등과 고민을 다룬다.

이지훈이 맡은 모차르트는 10대에는 천방지축·자유분방한 캐릭터이나 점차 음악가를 넘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열망하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레오폴트', 콜로레도 주교 등 자신을 억압하는 주변 인물들로 힘들어한다.

"저 역시 모차르트처럼 어렸을 때는 객기도 부렸어요. 누군가에 이끌림을 받는 상황에서 제가 해보고 싶은 것보다 타의에 의해 하는 것이 많았죠. 상품으로 포장되면서 도망가고 싶은 적도 있었고. 결국에는 제일을 하고 싶었는데 뮤지컬을 만나게 된 거예요."

2006년 '알타보이즈'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지훈은 이 장르를 만나면서 몰랐던 것을 섭렵하고 공부하면서 자신을 원하는대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을 하면서 예전에 없던 갈급함과 절박함이 생겼어요. 가수로 데뷔했을 때는 좋은 회사에서 좋은 분들과 좋은 인프라로 승승장구했으니 그런 것이 없었죠. 제 분야에서 갈고 닦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던 거죠. 소비하는 20대를 보낸 겁니다."

하지만 공연을 만나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과정이 초반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자신 스스로 달라져가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1996년 '왜 하늘은'으로 데뷔한 지 어느덧 20주년. 절반가량인 10년을 뮤지컬 배우로 산 이지훈은 "이제 더 좋은 공연을 보고, 더 준비를 하게 되면서 어제 공연 때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걸 믿는다"고 말했다.

40대에 목소리가 절정이 된다는 주변 이야기 역시 굳게 믿고 있다. 지난해 말 MBC TV '일밤 - 복면가왕'에서 '나를 따르라 김장군'이라는 가명으로 새삼 가창력도 뽐낸 그는 "가수였을 때는 색깔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음색이 짙거나 박효신처럼 색깔이 강한 발라드 가수가 아니었죠. 하지만 뮤지컬을 하면서 점차 나만의 음색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가수만 했을 때는 공부 안 했던 티가 난 거죠. 하하."

한껏 여유로워진 이지훈은 9월 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파산 위기에 빠진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를 연기하는 등 계속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데뷔 20주년인 만틈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모차르트!'로 남자 원톱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 받고 싶어요. 이지훈이면 무슨 캐릭터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확인받아 나가야겠죠." 8월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77-6478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