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1.27 23:20
연극 '엘리모시너리'
《엘리모시너리(Eleemosynary)》(연출 이동선)에서 가장 어려운 건 제목이다. 할머니·엄마·손녀 3명만 등장하는 이 연극이 시작되면 손녀 에코우(김신혜)가 말한다. "엘리모시너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야. '자선의' '자비로운', 우린 이 단어에 책임이 있어…." 고맙기도 해라. 이제 관객은 밀도가 단단한 이 드라마를 즐길 일만 남았다.
무대에는 그네와 사다리뿐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은 할머니 도로시아(이정은)는 딸 아티(김수진)에게 날개를 붙인다.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아티는 엄마로부터 도망친다. 도로시아의 손에서 자란 아티의 딸 에코우는 철자 맞히기를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다. 영상을 효과적으로 쓰는데 담배연기로 태아를 표현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미국 극작가 리 블레싱은 "정신이 구부릴 수 없는 건 없다" "우린 모두 부족하고, 용서가 필요해" 같은 대사와 미묘한 가족 역학으로 관객을 집중시킨다. 으르렁거리고 상처받지만 치유하고 하나가 되는 이야기다.
무대에는 그네와 사다리뿐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은 할머니 도로시아(이정은)는 딸 아티(김수진)에게 날개를 붙인다.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아티는 엄마로부터 도망친다. 도로시아의 손에서 자란 아티의 딸 에코우는 철자 맞히기를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다. 영상을 효과적으로 쓰는데 담배연기로 태아를 표현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미국 극작가 리 블레싱은 "정신이 구부릴 수 없는 건 없다" "우린 모두 부족하고, 용서가 필요해" 같은 대사와 미묘한 가족 역학으로 관객을 집중시킨다. 으르렁거리고 상처받지만 치유하고 하나가 되는 이야기다.

세 여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아름다웠다. 뮤지컬 《빨래》의 이정은은 매력적인 할머니를 빚어냈고, 몰입이 좋은 김신혜는 이 연극의 수확이었다. 도로시아의 독백과 아티의 악몽이 겹치는 장면, 객석 사이에 오르막을 설치하고 빈 무대를 활용하는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후반부는 늘어져서 지루했다.
《엘리모시너리》는 끝이 궁금했다. 철자 맞히기 전국대회에 나간 에코우는 '엘리모시너리'로 우승을 결정짓는다. '자비로운'이라는 단어가 무기로 사용된 것이다. 도로시아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비로소 아티와 에코우는 철자 뒤에 숨지 않고 속마음을 나눈다. 딸이 엄마를 위로하는 대목에서는 훌쩍이는 관객이 많았다.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80)8248-7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