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3초…암전동안 빛의 속도로'퀵체인지'!

#1 통로 11개 다른 소품 배치

▶오후 5시, 11개의 등퇴장로에 의상 배치
22일 오후 5시 아트원시어터 지하 2층. 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배우 이민아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나머지 배우들도 30분 간격을 두고 차례로 메이크업을 받는다. 그 사이 스태프들은 오후 5시30분까지 각 파트별 기본 세팅을 점검한다. 기자는 김호 무대 감독을 따라 한 층 아래의 무대로 내려갔다. 백스테이지로 이어지는 길은 어둡다. 무대 뒤는 큰 옷걸이와 각종 소품을 올려둔 선반으로 벽면이 가득하다. '아이러브유' 무대에서 배우가 등장하고 퇴장하는 통로는 총 11개. 김 감독은 "각 에피소드마다 배우가 들어오고 나가는 문이 정해져 있다. 다음 장에서 사용할 옷과 소품은 배우가 무대에서 나오는 통로 쪽에 배치돼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많은 의상과 소품을 항상 같은 장소에 정리해 둬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2 구겨진 옷 다림질

▶100여벌의 의상, 세탁은 자주 하나요?
의상을 점검하다 구겨진 옷이 있어 소품 담당 스태프와 함께 다림질을 했다. 주로 옷걸이에 걸어놓은 상태에서 스팀 다리미로 주름을 폈다. 정말 심하게 구겨졌을 경우에는 다림판 위에 올려놓고 다림질을 했다.
4명의 배우가 입는 의상은 약 100벌 정도. 전재홍은 의상 26벌에 신발 6켤레다. 정수한이 옷 22벌과 신발 3켤레, 김영주 21벌-9켤레, 이민아는 18벌-10켤레다. 의상이 많은 만큼 세탁비도 만만찮을 듯 했다.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윤시연 매니저는 "일요일 저녁 공연을 마친 뒤 모두 세탁소에 맡긴다. 한 달 세탁비로만 70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3 소품 무대 위로 '땀 뻘뻘'

▶공연 전 줄넘기 1000개씩, 울트라 체력
메이크업을 마친 배우들은 몸과 목의 워밍업을 한다. 이민아는 공연 시작 전 늘 천 번씩 줄넘기를 한다. 천 번 하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20분 넘게 스트레칭을 한 뒤 다시 훌라후프를 돌렸다.
전재홍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솔로곡 '지겨울 때가 된 것일까'를 실전처럼 불렀다. 윤 매니저는 "공연에 참가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솔로곡을 한번 부르고 들어가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개인적인 연습을 마친 배우들은 다시 분장실 안에 모여 함께 발성 연습을 했다. 전날 공연에서 잘 안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체크했다. 그 사이 기자는 성인 남자 두배 만한 크기의 곰인형 의자를 옮겼다. 허리에 묵직한 통증이 왔다. 1막1장 배우들이 처음 등장하는 2층 무대의 롤 블라인드도 내렸다. 이제 정말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4 배우들에 무대 의상 입혀

▶오후 7시30분, 관객과 함께 밀려드는 긴장감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평일 공연은 오후 8시부터다. 관객들은 7시30분부터 입장이다.
발성연습을 마친 배우들은 의상을 갈아입었다. 오후 7시45분, 전체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최종 미팅을 갖는다. 문을 빠꼼히 열어보니 객석이 거의 가득 찼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표정은 기대에 들떠 있었다.배우들과 함께 무대 뒤로 내려갔다. 1막1장 프롤로그에서 배우들은 수도사 입는 두꺼운 망토를 입고 나온다. 망토 안에는 2장에서 입을 옷을 미리 입고 있다. 배우들에게 망토를 입혔다. 양복점 직원이 된 기분이다.
#5 재빠른 의상 교체

▶퀵 체인지 8개 구분동작 배워볼까?
배우 정수한이 7장을 끝내고 8장으로 넘어가는 사이 무대 뒤 '퀵체인지' 장면을 지켜봤다. 정수한은 1막7장 '부모님 마음'이라는 에피소드에서 결혼을 앞둔 미치(전재홍)의 아버지 역할이다. 8장 '만족을 보장합니다'에선 부부 성생활의 만족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쇼호스트다. 불과 4초 사이에 8가지의 주요 동작을 실행했다.
먼저 무대 뒤로 들어오면서 재킷을 벗었다. 나비넥타이를 빼서 바닥에 팽개치고 콧수염도 떼어낸다. 다른 넥타이를 매고 새 재킷을 입는다. 얼굴에 흥건한 땀을 수건으로 훔쳐내고 헤어 스타일을 다시 손본다. 물병을 집어들고 물 한모금을 마시면서 다시 무대로 향한다. 통로를 나서기 직전 대기하고 있던 기자의 손에서 마이크를 챙겨 간다.
공연은 오후 10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커튼콜 무대에 화답하는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사람들의 환호와 진심어린 박수를 받으며 배우들은 무대 뒤로 퇴장했다.
옷 갈아입고, 화장을 지웠다. 주말은 하루 2회 공연이다. 배우들은 늦은 밤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유혹을 참고 다음날 공연을 위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