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1년 전 불났던 극장 관객 다시 불붙을까

입력 : 2008.12.23 03:12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다시 문열어
180억원 빚 내서 공사… 당분간 자체기획 공연 대폭 줄여야 할 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이번 복구
공사에서 시야 장애석을 없애고 박스
석의 방향을 무대 쪽으로 틀었다.
지난해 연말 화재가 났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22일 재개관 현장을 공개했다. 10개월간의 복구 공사가 진행됐고, 드디어 크리스마스인 25일부터 연말까지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된다.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은 우선 "화재가 일어난 지 꼭 1년 열흘 만에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날 예술의전당은 자축 분위기가 가득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성격이 컸던 공사인 만큼, 화재 감시와 안전 조치에 우선 신경을 썼다. 스프링클러를 증설했고, 무대 내부에 옥내 소화전을 마련했으며, 무대와 인근 소방서를 연결하는 비상 직통 전화 3대와 CCTV 5대를 설치했다. 그동안 관객 입장에선 시야 장애석도 있고 등을 돌려 무대를 봐야 하는 자리도 있었으나, 이번 복구 공사는 측면 박스석의 객석 방향을 무대 쪽으로 조금씩 조정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오페라 레퍼토리와 관련해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피트(pit)의 크기를 85㎡에서 127㎡로 늘려 대편성 관현악단 연주가 가능해졌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카페와 식당 등 편의 시설 공간도 마련했다.
지난해 연말 화재 사건 이후 복구 공사를 거쳐 1년 만에 재개관하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제공
지난해 연말 화재 사건 이후 복구 공사를 거쳐 1년 만에 재개관하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제공

박성택 예술의전당 기획국장도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공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사정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우선 오페라극장 복구 공사비만 270억원 가까이 들었는데, 국고 지원(150억원)과 화재 보험금(100억원) 외에도 20억원 가량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게다가 국고 보조도 3년에 나눠서 지급될 예정이기 때문에 예술의전당은 180억원을 대출 받아서 공사한 상태다. 매년 이자만 6억~8억원 가까이 들어갈 판이다.

이렇듯 예술의전당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다 보니 내년 오페라극장 문을 활짝 열어놓고도 자체 기획 공연은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내년 예술의전당이 자체적으로 준비한 오페라·발레는 3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1편뿐이다. 예술의전당은 이날 오케스트라 피트를 공개하면서 "덴마크의 코펜하겐 오페라 극장과 비슷한 최첨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펜하겐 오페라 극장은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를 공연한 뒤 발 빠르게 영상물(DVD)로 출시할 만큼 탄탄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자랑한다. 반면 예술의전당은 《피가로의 결혼》 무대도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수해온다. 결국 이제부터는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가 문제라는 뜻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