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손열음의 실내악 버전'쇼팽'

입력 : 2008.12.20 03:29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 원곡 살리면서 달콤함 더해

피아니스트 손열음(22·사진)에게 쇼팽은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다. 오히려 18세 때인 2004년 연습곡 전곡을 데뷔 음반으로 내놓은 이후, 언제나 연주에서 중심을 차지했던 작곡가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 손열음이 이번엔 조금 색다른 쇼팽을 시도했다.

쇼팽의 대표적 피아노 독주곡 가운데 하나인 녹턴(Nocturne)을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 편곡해서 음반(유니버설 뮤직)으로 발표한 것이다. 독주(獨奏)가 아니라 실내악 버전의 쇼팽인 셈으로, 편곡은 작곡가 김민경·김택수씨가 맡았다.

완고한 복고주의자라면 혹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물두 살 피아니스트의 음성은 밝고 당찼다. "19세기 음악가들에게는 서로의 곡을 편곡하는 일이 작곡만큼이나 가치 있었고, 리스트(Liszt) 같은 작곡가의 편곡 때문에 더욱 빛을 내게 된 곡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 이루어진 편곡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번 편곡에서도 손열음은 '원곡 훼손 절대 금지'라는 원칙을 내세웠다고 했다. "원곡의 음표에 손대지 않고서 쇼팽 당대의 음악가들이 했음직한 작업, 쇼팽이 들어도 공감할 만한 편곡을 하자"는 것이다. 실제 음반에서도 원곡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살리면서, 케이크 위에 크림을 살짝 얹은 듯 감미로움과 달콤함을 더했다. 원곡인 피아노 독주 외에도 피아노와 바이올린 2중주, 피아노 5중주,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 등 편성도 다양하다.

그는 "다양한 쇼팽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쇼팽이 살던 시대에는 오히려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쇼팽은 자신의 협주곡 2번을 오케스트라 없이 살롱에서 혼자 즐겨 연주했고, 다른 사람들이 편곡해서 연주하거나 노랫말을 붙여 부르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오는 26일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의 실내악 무대에서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로 호흡을 맞춘 뒤, 내년 1월 부천 필하모닉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협연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