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1.15 03:12
메시앙 탄생 100주년 연주회 갖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노를 통해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곡"

1996년 메시앙의 피아노 대곡(大曲)인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명동성당에서 한국 초연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올해 작곡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시 같은 곡을 연주한다. 제목 그대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별과 새와 종소리, 신의 주제와 창조까지 "우주 같은 세계"를 스무 개의 단편에 나눠 담고 있는 피아노 대표작이다. 백건우는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피아노를 통해 종교적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작품은 몇 곡 안 되지만, 그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 인간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신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계와 사랑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40년 전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이던 '청년' 백건우도 관객으로 비슷한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1960년 말 작곡가의 아내 이본 로리오 여사가 메시앙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서 〈아기 예수〉를 연주한 것이다. 백건우는 "워낙 곡의 규모가 방대해서 '어떻게 이런 것을 인간의 힘으로 구상할 수 있었을까' 무척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40년 전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이던 '청년' 백건우도 관객으로 비슷한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1960년 말 작곡가의 아내 이본 로리오 여사가 메시앙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서 〈아기 예수〉를 연주한 것이다. 백건우는 "워낙 곡의 규모가 방대해서 '어떻게 이런 것을 인간의 힘으로 구상할 수 있었을까' 무척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그 뒤 프랑스 파리에서 메시앙이 트리니테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자신의 작품을 리허설하고, 영어 교사이자 시인이었던 어머니의 시를 낭독할 때마다 틈틈이 백건우는 직접 찾아가 메시앙의 모습을 마음에 담았다. 백건우는 "메시앙은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작곡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작곡가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대에 사랑 받지 못했던 작곡가들을 역사는 기억해준다"고 했다.
간담회에서 백건우가 메시앙에 대한 기억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나가자, 삶의 동반자이자 반려자인 배우 윤정희가 말없이 듣고 있다가 조용히 메모를 한 장 건넸다. '메시앙은 언제나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었어요'라는 구절이었다. 메시앙은 평생 새의 소리를 채집하고 작품에 담아내며 자연에 천착했던 작곡가라는 의미였다. 백건우는 "할아버지(메시앙)가 항상 꽃무늬 옷을 입고 있어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백건우 메시앙 연주회, 30일 오후 2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