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06 16:04

[OSEN=박희진 기자] 2008년 10월, 연극 ‘아트’는 무엇을 보여줄까?
각색 하나 없이 예전 그대로의 '아트'가 지난 4일, 대학로에 다시 돌아왔다. 복고로 물들어가는 대학로 유행에 발맞춰,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연극계 노장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게 했다.
심심한 무대장치와 자극적인 음향, 배우를 집중시키는 조명효과, 가식적인 멋 하나 부리지 않고도 밋밋한 무대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기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조미료 한번 치지 않고 순수한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도 높은 연극의 맛을 추구해왔기에 내로라는 배우들이 눈독을 들이는 작품으로 자기 매김 했다.
‘아트’는 그림 한 점으로 인해 갈등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허연 바탕에 허연 선을 그린, 그래서 백지인 것처럼 보이는 그림. 이 그림은 경매가 2억 8000만 원의 유명한 앙뜨로와 작품이란다. 그림의 값어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규태, 그런 규태를 알 수 없는 수현, 이들 싸움에 말려드는 덕수…. 싸움의 시작은 2억 8000만 원이나 하는 그림 때문이지만, 이들의 갈등은 오래 묵은 상처가 곪아터져 생긴 것이다.
세 명의 캐릭터가 너무 확실해, 배우가 어떻게 소화 하느냐에 따라 작품은 새롭게 변한다. 더블캐스팅을 통해 배역과 배우의 색깔을 관객이 직접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권해효 정보석이 그려내는 다혈질의 규태, 조희봉 이남희의 수현, 헐렁헐렁 낙천적인 덕수 역에 이대연 정원중이 연기한다.
‘우리가 친군데, 너를 모르겠느냐’며 친구이기에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들. 하지만 친구의 인격과 성향에 대해 비난하며 상처를 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와 내 친구를 배려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세 명의 캐릭터는 일상에 우리 친구들과 너무도 닮았다. 연극을 보는 내내 “큭큭” 웃어대는 관객은 자신의 이야기로 무대 위를 지켜보는지도 모르겠다.
1, 2층의 커다란 홀과 깨끗한 시설로 무장한 새로운 극장에서 기존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함께 맞이하기 위해 SM아트홀에서 새롭게 준비된 모습으로 변화를 줬다. 오랜 배우들의 구수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완성도 높은 ‘아트’를 다시 느끼고 싶은 관객들은 기꺼이 그때 그 연극을 느낄 수 있다.
2003년 국내초연과 2004년 대학로 첫 공연 이래 4년이 지난 지금, 시대가 많이 흘렀다. 1억 8000만 원에 등장했던 앙뜨로와의 그림이 2억 8000만 원으로 올랐다. 요즘 미술시장의 변화로 예술품의 값어치가 변했기에 등장하는 작품의 가격도 올렸다고 한다.
그림 값이 변한 것처럼 지금 관객들의 문화수준은 많이 높아졌다. 오랜‘아트’의 전통적인 맛을 느끼려고 작품을 찾아온 '다시보기' 팬들과 ‘아트’의 진면목을 맛보려는 요즘 새로운 팬들의 입맛을 고려해 절충된 새로운 ‘아트’의 매력을 모색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jin@osen.co.kr
연극'아트'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