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차림] 푸치니 탄생 150주년… 가을 문턱에 '토스카'를 만나다

입력 : 2008.09.01 03:39

현대적인 무대언어가 기대되는 연극 《리어왕》, 탄생 15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연속 공연, 사진작가 김상길의 《레이어 전》, 진은영의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 조선일보 문화부가 월요일 아침 배달하는 '문화 상차림' 9월 첫 주 메뉴입니다.


 

연극《리어왕》의 주인공 정태화. 리어왕은 황야로 내몰려서야 진실에 눈뜬다. /극단 미추 제공

연 극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게 "우리들은 세상에 태어날 때,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나온 것을 깨닫고 슬피 운다"는 대사를 주었다. 늙은 리어왕이 세 딸의 애정을 테스트하며 출발하는 연극 《리어왕》은 어리석음으로 파멸하는 인간의 비극이다. 왕궁에서 황야로 진행되는 리어의 공간 이동은 그의 내면 풍경과도 같다.

3년 만에 연극에 돌아온 연출가 이병훈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징과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무대를 여닫는 10폭 병풍은 지도, 움막으로도 쓰인다. 리어의 왕좌였던 반닫이(궤짝)는 낭떠러지, 바위로 변신을 거듭한다. 무대엔 기둥 네 개와 소나무 한 그루뿐이고, 조명과 라이브 연주로 폭풍 장면을 표현한다. 극단 미추의 정태화가 리어왕을 맡는다. 4~1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월요일에도 공연한다. (02)747-5161

작곡가 푸치니. /그람모폰 제공

클래식


베르디와 함께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공연되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가 푸치니(Puccini)다. 올 탄생 15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연속 조명에 나선다. 1일 오후 8시 《마농 레스코》, 2일 《토스카》, 8일 《투란도트》를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릴레이 공연한다. 지난해 오페라극장 화재 여파로 무대를 볼 수 없지만, 푸치니 특유의 서정적인 아리아들이 그 아쉬움을 달래줄 것 같다. (02)586-5282


전 시


김상길(34)씨는 한국 평단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30대 작가 중 하나다. 김씨가 3일 서울 청담동 피케이엠(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레이어 전》을 열고 《오프라인 시리즈》, 《모드 시리즈》, 《리모델 시리즈》 등을 건다.

《오프라인 시리즈》는 같은 직장에 다니지만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는 사람들, 인터넷 모임 회원 등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한없이 진지하고 시종일관 무표정하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 입가에 빙긋 웃음이 돌게 만든다.

가령〈오프라인-사운드오브뮤직 인터넷 동호회〉는 한국인 남녀 9명이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 전통의상에 아코디언과 기타를 메고 산꼭대기에 모여선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금방이라도 "요~들레이히 에이에이" 하고 흥겹게 요들송을 부를 듯한 자세인데, 등 뒤에 보이는 풍경이 알프스 목초지가 아닌 서울 시내 아파트 숲이라 킬킬 웃음이 난다.

인적(人跡) 없는 건축물의 내부와 외관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찍은 《모드 시리즈》와 《리모델 시리즈》도 흥미롭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02)515-9496

사진작가 김상길씨는 일상 생활과 도시 풍경을 건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오프라인_사운드오브뮤직 인터넷 동호회〉. 디지털 프린트, 180×220cm. 2005년작. /피케이엠(PKM)트리니티갤러리 제공
사진작가 김상길씨는 일상 생활과 도시 풍경을 건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한다.〈 오프라인_사운드오브뮤직 인터넷 동호회〉. 디지털 프린트, 180×220cm. 2005년작. /피케이엠(PKM)트리니티갤러리 제공

문 학

"타자(他者)와 만남으로써 내가 다른 존재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말하는 진은영 시인(38)이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을 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니체를 선택한 철학도이기도 한 그녀의 시들은 주로 난해하지만 가슴을 적시는 몇 편의 연애시들이 의외의 파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시집에는 침묵을 강요당한 세상의 미미한 존재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빌려주기를 갈망하는 시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 '가만히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푸르던 것이 흘러와서 다시 푸르는 것으로 흘러갈 때까지/ 잠시 투명해져 나를 비출 뿐/ 물의 색은 바뀌지 않는 일/(…)' 〈물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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