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는 것은 비평이 아니라 집중력"

입력 : 2008.09.01 03:39

9·10일 내한공연 갖는 피아니스트 랑랑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 "음향 고려해 미리 녹음"
자서전 '1000마일의 여행' 세계 12개국에 소개될 예정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올림픽 개막식. 경기장 한복판에 초록빛 조명이 환하게 켜지자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郞朗·26)이 흰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노를 배운 지 갓 1년 된 7세 소녀와 랑랑은 건반 앞에서 네 손으로 함께 연주했다. 곡에 맞춰 매스 게임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형상을 재현하고, 소녀가 공중에 매달려 뛰어가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정작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사전(事前) 녹음된 것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당시 피아노 뚜껑이 닫혀있었던 것이다.

오는 9·10일 내한하는 랑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물었다. 영국의 대표적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 연주를 위해 런던에 머물고 있는 그는 "미리 녹음한 것이 맞다"고 했다.

"피아노 연주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도 호흡을 맞춰야 했고, 실내 공연이 아니라 대형 야외 경기장이었기에 음향을 고려해서 미리 녹음해야 했어요. 하지만 중국을 상징할 수 있는 음악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죠."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세계 12개국에서 첫 자서전을 내면서 거침없는 행보
를 보이고 있는 신세대 연주자다./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연주한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세계 12개국에서 첫 자서전을 내면서 거침없는 행보 를 보이고 있는 신세대 연주자다./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지난 2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렸던 대통령 취임식 당시 서울시향의 연주도 사전 녹음하는 등 행사의 성격이 짙은 야외 무대에서는 녹음으로 실연(實演)을 대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톡톡 튀고 발랄한 이미지, 곡에 대한 즉물적이고 과감한 접근, 세상과 유리된 예술가가 아니라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신세대 아이콘' 등 랑랑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그를 사랑(love)하거나 혹은 혐오(loathe)할 수밖에 없다" 라고 비평하는 글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랑랑은 "어렸을 적에는 비평을 진지하게 읽고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각자 다른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음악을 만드는 건 비평이 아니라 진지함과 집중력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비평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연주하는 건 아니다"라고도 했다.

다니엘 바렌보임(Barenboim)과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공부하고, 크리스토프 에센바흐(Eschenbach)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4번을 녹음(도이치 그라모폰)하는 등 명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랑랑은 "바렌보임과는 2002년부터 만나서 협연이나 마스터 클래스 등을 통해 배우고 있으며 아마도 현재 세계 최고의 베토벤 해석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델은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Horowitz·1903~1989)다. "누구도 흉내 내거나 복제할 수 없는, 독특한 소리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은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청춘이지만, 이 갈 길 바쁜 스타는 벌써 첫 자서전을 내놓았다. 《1000마일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12개국에 소개될 예정이다.

"아홉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고향 선양(瀋陽)을 떠나서 베이징으로 간 뒤부터, 제 삶은 언제나 여행의 연속이었어요. 지금도 전 세계에서 한 해 120여 차례의 연주회를 열고 있고요."

끝없는 여행 길 가운데 랑랑은 오는 9·10일 한국에 들른다. 이탈리아의 명문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정명훈)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9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031-783-8000), 10일 서울 예술의전당(02-518-7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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