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9 17:07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첫 작가 김수자
김수자 10년 만의 서울 전시
개인전 ‘호흡–선혜원’
10월 19일까지 삼청동 선혜원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서울 삼청동 선혜원의 문이 마침내 열린다. 그간 선혜원은 1968년 SK그룹 창업주 사저에서 출발해 인재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 왔다. SK는 대중에게 선혜원의 역사성을 공개하고, 사회·문화적 기여를 위해 선혜원을 미술 공간으로 바꿔 ‘선혜원 아트프로젝트’를 출범했다.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 디렉터가 기획한 ‘선혜원 아트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가는 김수자다. 김수자는 보따리 연작 시리즈로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인 개념 미술가다. 선혜원에서 열리는 김수자 개인전 ‘호흡–선혜원’에서는 ‘호흡’, ‘보따리’ 등 작가의 대표 연작을 포함한 작품 11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바느질,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집과 정체성 그리고 인류 보편의 문제를 사유해 온 김수자의 10년 만에 열린 서울 전시다. 작가의 작품이 한옥에 설치되는 경우는 최초다. 선혜원 곳곳에 설치된 작품은 전시의 맥락을 확장하고 관람객에게 명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4일 ‘프리즈 서울’ 삼청나잇 기간에 열린 행사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선혜원과 서울에서 10년 만에 열린 김수자의 개인전을 보기 위해 관람객 수백 명이 방문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한옥 경흥각의 바닥을 거울로 덮은 작품 ‘호흡’은 한옥 고유의 정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미묘하게 떨리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포착하며, 관객의 호흡과 발걸음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로비에 설치된 ‘연역적 오브제—보따리’(2023)는 조선백자의 상징인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독일 마이센 도자기(Staatliche Porzellan-Manufaktur Meissen)와 협업해 제작되었다. 보따리를 연상케 하는 바늘구멍을 제외하고 어둠으로 비어 있는 내부 공간은 존재와 정체성을 환기하며, 논리적 개념이 형태로 귀결되는 ‘연역적 사고’를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반구형에 가까운 두 그릇을 정교하게 맞춘 비대칭 형태는 보름달을 떠올리게 한다.
앞선 작품과 마주하는 ‘땅에 바느질하기: 보이지 않는 바늘, 보이지 않는 실’(2023)은 ‘연역적 오브제—보따리’와 같은 재료로 제작된 평면 작품으로, ‘연역적 오브제—보따리’의 펼쳐진 형태다. 작가는 마르지 않은 백자토에 바늘로 수많은 구멍을 뚫어 다양한 빛의 리듬과 방향을 제시한다. 지하 1층 삼청원에는 ‘보따리’(2022)가 설치된다. ‘보따리’는 김수자의 대표 연작 중 하나로, 이동과 정체성, 기억과 관련한 시적 탐구를 담아낸다.
김수자는 “1990년대 양동마을에서 시작한 보따리 작업 이후, 줄곧 전통 건축 속에서 새로운 설치를 꿈꿔왔다”며 “선혜원의 독특한 전통 건축 양식을 감싸며 펼쳐지는 거울 바닥 작업을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해외에서만 이어오던 거울의 오랜 여정을 이제 한국의 관객들과 나눌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전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