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쇼팽 콩쿠르 후 첫 귀국]
"피아니스트는 '동시통역사' 같아… 작곡가의 진심을 전달하니까
난 스물한 살, 이제부터가 시작"
조성진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콩쿠르에서 우승해 믿을 수 없다"며 수줍게 웃던 지난해 10월과는 영 딴사람이었다. 훨씬 단단해 보였다. 거의 1년 만에 모국을 찾은 그는 "간담회 직전 호텔 방에서 높이 솟은 강남 빌딩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간이 없어 친구들을 많이 못 만나고 가는 게 아쉽다"고 했다. "마이크 울렁증이 있어 무대에서 피아노 칠 때보다 지금이 더 떨린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쇼팽협회의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회장, 도이체 그라모폰(DG)의 우테 페스케 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A&R) 파트 부사장이 동석했다.
―우승 후 첫 고국 무대다.
"작은 연주든 큰 연주든 똑같은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 그래도 모국에서 하는 첫 연주라 솔직히 긴장된다."
―콩쿠르 우승 후 인생이 바뀌었나?
"인터넷 볼 시간도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에 관한 기사도 제대로 못 읽는다."
―지금 인생의 정점에 선 걸까.
"이제 겨우 만 스물한 살이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고 어디가 정점일지 예측은 못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5년 전 "10년 안에 40곡 넘는 협주곡을 마스터하는 것이 꿈"이라 했는데.
"원래 꿈은 크게 갖는 거라고 했다(웃음). 지금은 한 곡을 하더라도 오랫동안 깊게 파고드는 게 재밌다."
―콩쿠르 준비하느라 휴대폰 없애고, 카톡과 문자도 끊었다더라.
"실은 지난해 초 파리에서 폰을 도둑맞았다. 그래서 아무도 훔쳐가지 못하게 하려고 2G 폰을 산 거다. 8개월간 그걸 썼더니 소문이 그렇게…."
슈클레네르 회장은 "쇼팽 작품은 곡 하나에 바흐의 선율, 모차르트의 색깔, 베토벤의 강점을 두루 담고 있어 연주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조성진은 그런 요소들을 드물게 다 갖추고 있어 피아노 건반을 온전히 장악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피아니스트"라고 했다.
―도이체 그라모폰과 5년간 다섯 장의 음반을 내기로 전속 계약했다.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네 개의 발라드를 녹음한다. 정 선생님과는 2009년 중3 때 첫 협연을 한 이후 여덟 개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했다. 선생님한테 배운 것 너무 많고 음악가로서 존경하기 때문에 영광스럽다."
―부모님을 궁금해하는 사람 많더라.
"음악 일을 하는 분들이 아닌데, 나를 믿어주신 게 가장 고맙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고 허락해주신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
―'청년 조성진'이 궁금하다.
"또래 친구가 많이 없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거의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요즘 20대들이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고…. 쉴 때는 클래식을 주로 듣지만 한국 발라드 가수들 음악도 가끔 듣는다."
조성진은 좋은 피아니스트란 동시통역가와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작곡가들이 우리가 아는 명곡을 쓸 땐 엄청난 노력과 고뇌를 쏟아부어 걸작을 낸다"며 "그래서 연주자는 음악을 대할 때만큼은 진지해야 한다. 작곡가를 대신해 작품을 음악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조성진을 비롯해 6위까지 모든 입상자가 쇼팽 콩쿠르 본선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는 이번 내한 공연은 2일 오후 2시·8시 두 차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