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 전세계적으로 영화 '타이타닉'이나 '아바타'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올린 최고의 메가히트 문화상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 다음달 11일 토요일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많은 배우, 관객들의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 중 유독 라울과의 짧은 만남에 아쉬울 배우가 있다.
연세대 성악과 출신의 신인 뮤지컬 배우 손준호다. 손준호는 지난 7월 10일 라울 역으로 처음 무대에 올라 뮤지컬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서툰 게 많고 익힐 게 많은데 마지막 공연까지는 2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원래 라울 역을 연기하고 있던 정상윤과 더블 캐스팅이라 앞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5~6회(일주일 2~3회 출연 기준) 정도다.
세계적인 성악가 김동규(바리톤)와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맡고 있는 뮤지컬 배우 양준모. 손준호의 노래 인생은 이 두 사람을 빼고 이야기 하기 힘들다. 두 '음악의 천사'에 얽힌 손준호의 노래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동규의 수제자라고 들었어요.
▶수제자는 희망사항이죠. 애제자도 영광입니다. 실력이 수제자였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어릴 때부터 많이 아껴주셨어요. 가족끼리도 알고 지냈고. 성악을 하던 사촌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저는 고1 겨울방학 때부터 성악을 배웠어요.
-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촌형이 가족 모임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제가 중3 때였나. 나도 열심히 하면 저만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성악 CD도 사서 듣고, 오페라 영상도 구해서 봤어요. 그때부터 매력을 느끼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성악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저희 아버지는 늘 '그래그래' 하면서 믿고 맡기는 스타일인데, 남자가 음악을 한다고 하니까 걱정이 조금 되긴 했나 봐요. '생각을 잘 해봐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몇 달이 갔어요. 아버지에게 '저는 아버지처럼 매일 같은 직장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출퇴근 하는 반복적인 생활은 할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버릇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씀 들으시고는 '그러면 열심히 해봐라'고 하면서 열심히 밀어주셨어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공연도 챙겨 보러 오고 그러세요.
-'오페라의 유령' 첫 공연 때 많이 떨렸을 것 같아요.
▶잔뜩 긴장하고 흥분도 됐지만 떨리지는 않았어요. 워낙 컴퍼니에서 호흡도 많이 맞추고 연습도 많이 하고 시스템이 참 좋더라고요.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한 건 사실이지만.
-시스템이 좋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면을 말하는 건가요.
▶학교에서 오페라를 할 때도 굉장히 세부적으로 파트를 나눠서 했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음악감독님이 와서 잡아주고, 그다음엔 안무감독님, 두분이 상의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시 연습하고. 공연 올라갈 쯤엔 음향감독님이 오셔서 체크하고 문제가 생기면 연출부와 상의하고. 무척 체계적이에요. 저는 그저 감독님들 말씀대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공연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 돼 있는 거죠. 악보를 받고 무대 동선을 들었을 때 내가 이걸 다 익힐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그게 되더라니까요.
-예전에 성악과 출신 뮤지컬 신인 배우를 인터뷰 한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변절자'로 낙인 찍힌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학교 교수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 대학 담당교수님은 나혜경 교수님이세요.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 합격하고 계약을 한 뒤에 너무 기뻐서 교수님께 전화를 했어요. 부모님께서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다면서 급한 일 아니면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지난번에 오디션 봤다고만 말씀드렸던 작품이 사실은 '오페라의 유령'이고 지금 막 계약하고 오는 길이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선생님께 바로 전화가 왔어요. 너무 축하한다시면서 열심히 겸손하게 잘 하라고, 꼭 보러가겠다고, 아들같은 제자의 첫 작품을 꼭 보러 가겠다고 해주셨어요. 사제지간 이상으로 같은 음악가로서 깊이 존경하는 분이세요.
-김동규 선생님은 뮤지컬을 반대하지 않았나요.
▶선생님도 제자가 꽤 있으니까 유학상담을 종종 하세요. 제가 그중 제일 막내였는데 선생님께 '저는 어디로 유학을 갈까요' 여쭤보면 선생님은 '너는 가지마라, 유학을 왜 가냐'고 항상 하셨어요. '넌 좀 다른 걸 찾아보자'면서 '넌 영화배우 해라, 가수는 어떠냐'고 하셨죠. 저는 한창 성악가의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때는 이해가 잘 안됐어요. 내가 노래를 잘 못하나? 성악가적 자질이 부족한가 고민했죠.
-선생님이 좀 야속하게 느껴지셨겠어요.
▶'오페라의 유령'에 합격하고 나서 준비할 때였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대뜸 '야 너 오페라 이거 이거 알아?' 물어보시는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제목과 아리아였죠. '너 이거 모르지? 나는 대학교 1,2학년 다닐 때 다 알고 불렀던 거야.' 그리고 다시 물어보셨어요. '너 뮤지컬 이거 알아? 이건 알아? 어때 좋지?'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좋아했던 게 뮤지컬이었나 싶더라고요. 선생님이랑 같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넌 어떤 게 제일 좋냐'고 물어보시면 전 팝이라고 대답했죠. '그것 봐 임마, 너는' 하고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나요.

-성악과 뮤지컬 사이에서 어떤 차이를 느꼈나요.
▶처음엔 같은 종합예술로서 비슷할 거라 생각했어요. 노래 부르고 춤추고 연기하는 건 같잖아요. 근데 예상보다 그 격차가 크더라고요. 전혀 달랐어요. 오페라는 배우라고 안하고 오페라 '가수'라고 하는데, 뮤지컬은 뮤지컬 '가수'가 아니라 '배우'라고 하잖아요. 바로 그 시점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오페라나 합창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소리, 좀더 좋은 음악, 선율을 할까를 고민했는데 뮤지컬은 노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물론 오페라 역시 연기가 필요없는 건 절대 아니지만.
-팬텀 역으로 나오는 양준모씨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대학 4학년 때였어요. 누구나 진로 고민을 하잖아요. 유학을 접고 나서 막막했어요. 성악은 이를테면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서 노래를 부르다가 학교로 돌아와 교수가 된다든지 하는 루트가 있잖아요. 근데 뮤지컬은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거죠. 근데 마침 준모형이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어요. 서로 인사 나눈 적은 한번도 없는 사이였는데 무턱대고 찾아가서 도움을 부탁했어요. '저는 손준호인데 정말 뮤지컬이 하고 싶다'고 막무가내로 말씀드렸죠.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는 얘기였는데 그때부터 형이 신경을 참 많이 써줬어요. 그러다 때마침 '이런 오디션이 있는데 한 번 해보자'고 하게 된게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었죠.
-현직 '팬텀'에게서 맞춤형 과외를 받을 수 있었겠네요.
▶준모형이 요리를 잘했어요. 제가 큰 기대는 갖지 않게 하면서도 용기를 주셨죠. 노래보다는 대사 연기를 많이 봐줬어요. 준모 형을 찾아간 게 지난 1월이었고 오디션을 본 게 3월 말, 그리고 합격해서 계약을 한 게 5월 말이었죠.
-합격한 뒤에 혹독한 체중감량을 했다고 들었어요.
▶한달 반 만에 제가 가장 무거웠던 몸무게에서 거의 20㎏ 정도 뺐어요. 비법이라면 음,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탈모가 생긴다고 해서 검은콩을 생각했어요. 근데 딱딱하니까 많이 못먹게 되더라고요. 콩만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우유랑 콩을 갈아서 마셨어요. 아침 10시에 이거 한잔 먹고, 오후 3시쯤 두부 한모를 먹었어요. 운동은 웨이트트레이닝을 따로 한 게 아니고 그냥 10분이면 10분 시간나는 대로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했어요. 지금은 약간 다시 불렸어요. 얼굴이 약간 안돼 보인다고 해서. 아 근데, 다이어트를 많이 하면 소리가 약간 변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자기 체질이란 게 있는데, 풍성하고 기름진 소리가 나다가 살이 빠지니까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이제 공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잘해 보려고 하는데 벌써 끝이라니 아쉬움과 조바심이 생길 것 같다.
▶촉박하기도 하고, 더 잘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첫 공연 때는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죠. 나는 늘 똑같이 했다고 느꼈는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왜 그렇게 연기를 했냐는 지적을 받았어요. 이유를 모른다는 게 참 힘들었죠. 뮤지컬은 커튼콜 때 나가기가 너무 두려워요. 아직은 부끄러운 모습들이 더 많으니까. 박수 소리는 좋고 행복하지만. 그냥 라울에게 치는 박수처럼 느껴져요. 나라는 배우에게 치는 박수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더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