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3 17:21 | 수정 : 2026.04.20 19:07
맨 앞에서 바라본 미래, 켄타로 오카와라·김정인·이강욱
[2026 ACF, AVENUEL ART FAIR]
4월 22일부터 잠실 롯데百 에비뉴엘
국내외 블루칩 작가 등 28인
조용히 숨을 고르며 한동안 침체돼 있던 국내 미술 경기가 점차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1405억원으로 최근 3년 중 최고액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고, 데이미언 허스트(Damian Hirst), 조나스 우드(Jonas Wood) 등 메가스타 작가들의 전시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다. 국내 아트마켓에서는 여전히 블루칩 미술가에 대한 견고한 관심이 지속되며,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년 작가를 향한 주목이 공존하는 가운데,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지형도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선일보와 롯데백화점이 공동 주최하는 프리미엄 전시형 아트페어 ‘2026 ACF, AVENUEL ART FAIR’가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개최된다. 유영국,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백남준, 최병소, 최명영, 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얼굴들을 비롯해,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등 국제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큰손 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린다. 이에 ‘ART CHOSUN’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국내외 현대미술의 생성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대표하는 참여 작가 28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기획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따뜻한 관계성으로 빚은 조형 언어, 켄타로 오카와라
켄타로 오카와라(Kentaro Okawara·37)는 회화와 조각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켜온 동시대 아티스트다. 도쿄공예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그는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세계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은 물론 출판, 디자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의 외연을 유연하게 넓혀왔으며, 장르의 경계를 특정 짓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켄타로 오카와라(Kentaro Okawara·37)는 회화와 조각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전시켜온 동시대 아티스트다. 도쿄공예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그는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세계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은 물론 출판, 디자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의 외연을 유연하게 넓혀왔으며, 장르의 경계를 특정 짓지 않는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 세계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정서는 ‘연결’에 대한 탐구다. 오카와라에게 창작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타인과 마음을 주고받는 감정의 언어이자, 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시선은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 캐릭터와 생명체들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인간과 동물, 사물의 형상이 뒤섞인 그의 존재들은 낯설고 비현실적인 외형을 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기대고 마주하며 친밀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 기묘하면서도 다정한 풍경은 마치 꿈과 기억의 경계에 놓인 한 장면처럼 펼쳐지며, 관객에게 은은한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오카와라의 화면은 강렬한 원색과 단순화된 형태, 리듬감 있는 구성을 통해 즉각적인 시각적 흡입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대 사회 속 관계의 본질에 대한 사유가 자리한다. 그는 기술과 정보가 빠르게 교환되는 시대일수록 인간 사이의 진정한 교감은 오히려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작품을 통해 다시금 ‘마주함’의 의미를 환기한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감정을 읽으며 온기를 나누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소통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결국 켄타로 오카와라의 작업은 단순히 환상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애정, 이해와 공감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하나의 감정적 풍경에 가깝다. 그의 화면 속 세계는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형상을 빌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연결되기를 바라는 가장 순수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고요한 저항 속 피어난 환상, 김정인
김정인(35)의 회화는 하나의 장면 안에 단일한 이미지를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겹겹이 중첩된 기억의 파편과 감각의 흔적들을 층위처럼 쌓아 올리며 형성된다. 화면 위에 자리하는 수많은 형상과 흔적들은 단순한 조형적 장치라기보다, 작가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 그리고 선명히 붙잡고 싶지만 끝내 완전하게 붙잡히지 않는 기억의 잔상에 가깝다. 흐릿하게 남겨진 장면과 지워진 흔적, 번져나간 색면들은 기억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김정인(35)의 회화는 하나의 장면 안에 단일한 이미지를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겹겹이 중첩된 기억의 파편과 감각의 흔적들을 층위처럼 쌓아 올리며 형성된다. 화면 위에 자리하는 수많은 형상과 흔적들은 단순한 조형적 장치라기보다, 작가가 지나온 시간과 감정, 그리고 선명히 붙잡고 싶지만 끝내 완전하게 붙잡히지 않는 기억의 잔상에 가깝다. 흐릿하게 남겨진 장면과 지워진 흔적, 번져나간 색면들은 기억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김정인에게 회화는 명확한 재현보다 내면을 표출하는 동시에 이를 감추려는 양가적인 태도에 가깝다. 작가는 두 감정을 즉각적인 판단으로 화면에 그리고 버무려낸다. 이러한 인식은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태도로 작용하며, 화면 속 여러 층위의 흔적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기보다 끊임없이 생성과 해체를 반복하는 유동적인 상태로 존재한다. 때문에 김정인의 작업은 하나의 확정된 풍경이라기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회색지대에서 보여주는 낯선 환상에 가깝다.
한편 김정인의 회화를 움직이는 보다 근원적인 동력은 획일화된 질서와 구조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개인을 규정하고 통제하려는 사회적 시스템과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에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져왔으며, 작업을 통해 이에 대한 자신만의 대응 방식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그 저항은 직접적이거나 선언적인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단번에 읽히고 해석되는 명료함 대신, 쉽게 규정되지 않는 모호함과 비가시성이 앞선다. 의미를 단정 짓기 어렵게 만드는 불명확한 형상, 해석을 유예시키는 애매한 경계, 명확히 포착되지 않는 이미지들은 그러한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곧 쉽게 해석되고 소비되지 않음으로써 기존 질서에 저항하려는 하나의 미술적 실천이 된다.
결국 김정인의 회화는 단순히 기억을 묘사하거나 추상을 실험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과 사회 구조를 동시에 비추어내는 시도이며, 빠르게 정의되고 분류되는 시대 속에서 끝내 규정될 수 없는 감각의 영역을 붙잡아두려는 몸짓에 가깝다. 김정인의 화면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끝없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상태 자체를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판단 이전의 감각과 해석 이전의 인식을 다시금 마주하게 만든다.
◆미시적 세계를 확장하는 추상, 이강욱
이강욱(50)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와 상상의 공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한다. 세포나 미립자처럼 극도로 작은 존재에서 출발한 작가의 관심은 단순한 물리적 축소의 개념을 넘어, 관점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또 다른 우주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현실 너머의 가상적 차원과 인식의 전환에 따라 새롭게 생성되는 공간 개념에 대한 사유로 확장되며,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자리한다.
최근 작가의 작품은 기하학적 구조와 추상회화적 요소가 보다 강조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면 위에 펼쳐지는 형상들은 구조적 질서를 내포하면서도, 동시에 작가 특유의 신체적 제스처와 즉흥적 드로잉이 결합되어 유기적인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처럼 계산된 구성과 감각적 표현이 공존하는 이강욱의 회화는 평단으로부터 ‘감각의 환영으로 구현된 회화’, ‘한국 신추상 회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이후 영국 런던 첼시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이스트 런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학문적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다. 이후 국내외를 무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자카르타 Salihara Art Center,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흰갤러리, 디 언타이틀드 보이드, 동경화랑 도쿄 등 주요 기관과 갤러리에서 총 36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