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13 17:07 | 수정 : 2026.04.15 16:38
지금 떠오르는 감각의 언어, 김지아나·이여름·안소현·마키 호소카와
[2026 ACF, AVENUEL ART FAIR]
4월 22일부터 잠실 롯데百 에비뉴엘
국내외 블루칩 작가 등 28인
조용히 숨을 고르며 한동안 침체돼 있던 국내 미술 경기가 점차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1405억원으로 최근 3년 중 최고액을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고, 데이미언 허스트(Damian Hirst), 조나스 우드(Jonas Wood) 등 메가스타 작가들의 전시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다. 국내 아트마켓에서는 여전히 블루칩 미술가에 대한 견고한 관심이 지속되며,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년 작가를 향한 주목이 공존하는 가운데,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지형도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선일보와 롯데백화점이 공동 주최하는 프리미엄 전시형 아트페어 ‘2026 ACF, AVENUEL ART FAIR’가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개최된다. 유영국,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백남준, 최병소, 최명영, 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얼굴들을 비롯해,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등 국제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큰손 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린다. 이에 ‘ART CHOSUN’은 전시 개막을 앞두고, 국내외 현대미술의 생성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대표하는 참여 작가 28인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기획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자연으로부터 피어난 명징한 균열... 김지아나
지난 달,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빌라엉팡(Villa Empain) 미술관에서 포슬린 조각으로 만든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 불꽃은 무언가 깨진 잔해 같기도 하고, 자연에서 빌려온 재료를 배치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탄생과 소멸의 양가성을 담고 있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창조적 열정, 변혁, 그리고 생명 순환에 대한 사유를 제안한다. 국제 기획전 ‘FIRE’에 초청 작가로 참여한 김지아나(54)의 작품 ‘삶과 붉은 불’이다. 김지아나는 피부처럼 얇은 세라믹 파편을 캔버스 위에 일일이 손으로 붙이며 작품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지난 달,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빌라엉팡(Villa Empain) 미술관에서 포슬린 조각으로 만든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 불꽃은 무언가 깨진 잔해 같기도 하고, 자연에서 빌려온 재료를 배치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탄생과 소멸의 양가성을 담고 있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창조적 열정, 변혁, 그리고 생명 순환에 대한 사유를 제안한다. 국제 기획전 ‘FIRE’에 초청 작가로 참여한 김지아나(54)의 작품 ‘삶과 붉은 불’이다. 김지아나는 피부처럼 얇은 세라믹 파편을 캔버스 위에 일일이 손으로 붙이며 작품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김지아나의 작품은 화려한 컬러로 빚어져 입체감과 볼륨감이 도드라진다. 벽에 거는 조각과도 같은 형태를 띤다. 작가가 특정한 형상을 표현하려고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흙이 가진 본연의 에너지와 소재감이 관람객에게 생생하게 전해져 자연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작품이 빛을 받을 때, 특유의 강렬한 입체적 변주와 굴곡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며 시선을 끈다.
김지아나의 작품은 단색화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으면서도, 평면이 아닌 물질을 실험적인 시각으로 모색했다는 점에서 바탕으로 단색화와는 차별화된다. 김지아나는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보고시앙재단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며, 뉴욕, 마이애미, 브뤼셀, 룩셈부르크, 상하이, 홍콩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글로벌 아트씬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브리셀 빌라엉팡 미술관, 프랑스 소시오떼 빅, 쎌리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과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이여름이 쥐어준 아이스크림, 그 안에는 행복의 단면이
이여름(55)은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달고나를 먹으며 자유와 행복감을 느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달콤함이 주는 위안을 작품에 담은 아이스크림 형상의 작품 ‘아이스크림 속 인생(Melt)’을 선보인다. 이여름의 투명한 아이스크림 속에는 인생의 한 단면이 담겨있다. 강아지와 함께 원반을 던지거나, 연인이 자전거를 타고 함께 가기도 하고, 어린 아이와 엄마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보통의 아이스크림은 녹는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이여름은 이러한 유한성에 주목해 아이스크림처럼 녹지만 맛보면 달콤한 행복이 숨어있는 우리 삶을 담았다. 이여름은 그 지점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떠올리기를 기대한다.
이여름은 자카르타의 Kendys Gallery·B-tree Gallery, L’espace71, 갤러리뜨, 갤러리 YOO ART SPACE, 아트사이드갤러리, 이화아트센터,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붓으로 지은 안식처... 안소현
안소현(42)의 작품을 “명랑한 회화”라고 칭한 미술평론가 이주희는 작품 속 “자유로이 자연의 안팎을 넘나드는 작가의 시선, 관심사의 궤도를 예측하기 힘든 조형의 동화적 투영, 붓이 나아가고 면이 채워짐에 있어 작가의 주춤거림이나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활력적인 화면”에 주목했다.
작가에게 자연으로 향하는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내면을 환기하고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다. 네팔과 히말라야, 인도와 인도양을 오가며 체험한 풍경들은 그의 작업에서 다양한 시간성과 감각으로 변주된다. 서로 다른 기후와 빛, 공기의 결을 머금은 장면들은 일정한 서사가 아닌, 각기 다른 감정과 기억을 지닌 채 화면 위에 공존한다. 이처럼 안소현의 회화는 특정한 이야기로 수렴되기보다, 세계의 다양한 순간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상태로 펼쳐진다.
작가의 화면은 하나의 ‘쉼터’에 가깝다. 비례가 어긋난 사물들, 현실과 맞닿지 않는 생명체들, 그리고 명확한 인과 없이 공존하는 존재들은 긴장과 갈등 대신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며 편안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나만의 틈’이자,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다. 불필요한 수사를 덜어낸 담백한 표현은 오히려 감각을 또렷하게 만들며, 관람자로 하여금 화면 속 정서를 천천히 호흡하게 한다.
안소현은 한가람미술관, 호반아트리움, 이랜드스페이스,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도잉아트, 표갤러리, 프린트베이커리 등에서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뉴욕 Art Mora Gallery 등에서 4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소장처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호반문화재단, 삼성서울병원, SBS등의 기업과 기관이 있다.
◆인물의 눈에 담긴 시대상... 마키 호소카와
마키 호소카와(Maki Hosokawa·46)는 르네상스의 비례미, 클래식한 색감, 팝 컬처의 감각을 결합해 오랜 과거의 명화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미니멀한 선과 색면, 그와 상반된 복잡한 장치가 가득한 배경은 호소카와의 작품이 복합적이고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목이 없는 이번 출품작 3편은 호소카와가 평소 보여준 디테일한 묘사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호소카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은 둥글고 큰 눈, 가늘고 긴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몰개성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이며, 동시에 시대상을 담고 있다. 특히 2025년에 작업한 근작의 경우엔 과감히 비워내거나 단순화하고, 인물의 시선과 표정, 그리고 화면의 여백을 통해 감정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장식적 요소를 덜어낸 대신 인물 자체가 하나의 상징처럼 부각되며, 관람자는 그 공백 속에서 불안과 고독, 혹은 미묘한 유머를 스스로 읽어내게 된다. 이는 이전 작업에서 보이던 서사적 장치들이 내면으로 수렴되며, 보다 응축된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작가는 2004년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카이카이키키가 주최한 게이사이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평가를 넓혀왔다. 현재는 일본 현대 네오팝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도쿄의 갤러리 셀러, 분카무라 갤러리, 서울의 이씨 갤러리, 오사카의 갤러리 텐겐샤 등 세계 다양한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