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08 16:32
●전시명: '기슭의 버추얼 그린: 우리는 고통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간: 12. 9 ─ 12. 31
●장소: 갤러리 SP(회나무로44가길 30)
갤러리 SP는 2025년 12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샛별의 개인전 《기슭의 버추얼 그린: 우리는 고통으로 연결되어 있다 Shore’s Virtual Green: Pain Connects U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물과 땅이 만나는 경계의 자리인 ‘기슭’을 매개삼아 사회적 폭력과 고통에 위로와 연대를 표한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하는 기슭에서는 예기치 않은 전환이 일어나듯, 이샛별의 회화 또한 경계의 지점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드러낸다. 어지럽게 교차하는 선과 꽃과 풀이 점철된 페인팅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거대한 비극에 대한 증언을 시작하려는 듯 보인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보호받지 못한 타자를 지금 여기로 불러내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필획과 붓질로서 그들을 어루만진다.
이러한 그의 회화적 실천은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버추얼(Virtual)’을 토대로 한다. ‘버추얼’은 통상적인 ‘가상’의 의미 외에도 ‘실질적(virtually)’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가상이 현실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발아한 또 하나의 세계임을 지시한다. 작가는 이러한 가상의 존재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회화에 접근한다. 그는 검색을 통해 수집한 사진과 이미지의 파편을 재조합하여 가상의 숲을 그리는데, 작가는 이 잠재적 풍경에서 경험하지 않은 것들과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현실의 단편들로 재구성된 이샛별의 풍경들은 허구이면서 동시에 실재이다. 작가는 그 이중성 안에서 타자와 세계를 접촉하고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게 드로잉 연작과 페인팅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먼저, 모노톤의 연필 드로잉 연작 〈그을린 소녀〉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연대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영상 속 인물은 실존하는 이의 얼굴과 낯선 몸이 합성된 가짜 이미지, 즉 가상에서 비롯되었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고통은 현실에 분명 실재한다. 날카로운 선들과 검은 격자로 표현된 그을음, 인물의 눈에서 분출되는 눈물과 불꽃은 끊임없는 고통의 상태를 상징한다.
한편, 페인팅 작업에서 이샛별은 고통의 경험을 공동의 감각으로 확장한다. 이를테면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도 기억이 있다〉와 〈우리는 고통으로 연결되어 있다〉에서 작가는 경계 바깥에 놓인 존재들을 거대한 자연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세계로부터의 탈락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와의 접속을 예고한다.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나는 순간, 보편적 이데올로기의 보호로부터 추방당하는 슬픔을 경험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상처받은 자아는 소외된 또 다른 타자와 연결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