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31 16:22
아돌프 고틀립·김환기 2인전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
2026년 1월 10일까지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아돌프 고틀립(Adolph Gottlieb)과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2인전 ‘추상의 언어, 감성의 우주: 아돌프 고틀립과 김환기’가 2026년 1월 10일까지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개최된다.
아돌프&에스더 고틀립 재단과 환기재단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제작된 두 작가의 작품 15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서로 다른 문화적 토대 위에서 두 작가가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한 방식과 추상을 통해 탐구하고자 했던 감정과 경험을 조명한다. 두 화가의 대표 연작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고틀립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틀립은 뉴욕 화파를 대표하며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선도한 작가다. 작가는 1940년대 무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해 전면적 격자 구조와 자율적으로 창조한 기호를 결험한 ‘픽토그래프’ 연작을 선보였으며, 1950년대에는 부유하는 구체와 폭발적인 붓질을 병치한 대표 연작 ‘버스트’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회화 구성은 질서와 혼돈, 색채와 형식 사이의 긴장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고틀립의 회화는 직관적인 형태와 대담한 색면을 결합해 감정과 무의식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한다. 반면 김환기의 캔버스는 반복되는 점과 정제된 색채 구조를 통해 동양적 의미의 명상과 우주의 질서를 환기한다. 김환기는 명예상을 수상하기 위해 방문한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미국관에서 대상을 수상한 고틀립의 작품을 처음 접한 뒤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뉴욕으로 이주해 치열한 창작 시기를 맞이했다.
이번 전시에 걸린 김환기의 소품은 당시 작가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대형 캔버스 작업을 할 수 없었던 배경에서 기인했다. 그럼에도 김환기 특유의 우주적인 세계관과 자연에서 캐낸 시각 언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 ‘점화’ 연작은 한국 모더니즘이 세계 무대에 소개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의 배경이 된 60년대 이후부터 두 작가는 활발히 교류했다. 고틀립이 심장 문제로 투병 중일 때 김환기가 안부 전화를 걸기도 했다. 10살의 나이차이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도 미술로 만난 순수한 인연은 이어졌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작가는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함께 걸린 작품에서 정서적 공명이 울려 퍼진다.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