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장수’와 함께 묻힌 ‘시종’, 1600년 전 순장 흔적 세상 밖으로

  • 김현 기자

입력 : 2025.10.20 16:11

APEC 방문객들에게 최초 공개
유물 함께 출토
당시 순장 풍습 엿본다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현황에 대한 사진 설명도. /경주시 신라문화유산연구원
 
1600년 전 신라의 전쟁터를 누볐던 장수의 무덤이 공개됐다. 무덤 안에는 장수의 인골과 말의 갑옷, 투구 일체, 금동관 일부, 각종 토기, 그리고 시종 추정 인골이 있었다.
 
경주 황남동에서 발견된 무덤 속 장수로 추정되는 인물은 길이 3.7m, 너비 0.9m 규모의 주곽에 안치된 모양인 반면, 시종은 한 구석에 양팔을 벌린 채로 묻혀있었다. 주곽은 주검 칸과 부장 칸으로 나뉘는데 무덤 주인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도록 했다. 출토된 치아를 바탕으로 무덤 주인은 당시 30세 전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순장자는 그를 가까이서 보좌한 시종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어, 당시 신라 지배층의 권력과 사회 위계를 엿볼 수 있다.
 
금동관 조각들. /경주시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순장이란 고대 사회에서 왕족이나 귀족 등 지배층 인물이 죽었을 때 다른 사람을 함께 묻는 풍습을 말한다.
 
이번 황남동 1호 목곽묘의 발굴은 단순히 새로운 무덤을 발견한 것을 넘어 신라의 고분 양식 변천의 맥락을 이해하고 고대 신라의 군사 및 사회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과 경주시(시장 주낙영)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 적석목곽분(돌무지 덧널무덤) 밑에서 해당 무덤을 발견했으며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이름 붙이고 이번에 발굴한 유물 일체와 발굴현장을 ‘2025년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특별히 국민들과 APEC 방문객들에게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금동관 조각 세부. /경주시 신라문화유산연구원
 
국가유산청은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개최지인 경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되는 한국의 국가유산들을 통해 우리 국가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남은 기간 지속적인 현장 점검을 통해 쾌적한 관람 환경 조성과 체계적인 보존 관리에 힘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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