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낯설게 인식하는 찰나… 드러나는 신건우의 ‘식’

  • 김현 기자

입력 : 2025.10.01 10:56

일상의 이미지 병치해 불안정한 연결 드러낸다
“세상을 낯설게 보게 되는 경험”
신건우 개인전 ‘Tether’
11월 1일까지 평창동 갤러리2

epiphany, 2025, korean lacquer on 3d printed resin, 110x60x60(h)cm. /갤러리2
epiphany, 2025, korean lacquer on 3d printed resin, 110x60x60(h)cm. /갤러리2
 
신건우 개인전 ‘Tether’가 9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갤러리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탐구해 온 개념 ʻ식(蝕)’을 회화로 확장해 선보인다. 전시는 존재와 부재, 응시와 소거의 간극을 주제로 하며, 일상의 이미지들을 병치해 불안정한 연결의 상태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익숙한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 드러나는 인식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신건우가 말하는 ‘식’은 현실의 일면에 스며든 인식 이전의 층위를 감지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실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실재는 존재 너머를 드러내고, 드러내는 자와 보는 자의 위치는 뒤집힌다. 그렇게 직관이 우선하는 순간, 달리 말해 선험적 지식이 해체되고 재편된 경험이 틈입하는 순간의 낯선 것. 그것이 신건우의 ‘식’이자 회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rock,scissors,fox I, 2025, oil on canvas, 45.5 x 37.9cm. /갤러리2
 
신건우의 회화에서 세계는 단일한 질서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는 2020년대 초반부터 자신만의 개념으로 ʻ식’을 탐구해 왔다. 초기에는 주로 조각을 통해 형태의 틈이나 파인 공간 같은 물리적 결여를 통해 사라짐 속에 남는 존재를 드러내려 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 개념을 회화로 옮겨와, 형상 너머에서 작동하는 존재와 부재, 응시와 소거의 간극을 감각하는 장치로서 ʻ식’을 구조화한다.
 
‘Tether’ 전시 전경. /갤러리2
‘Tether’ 전시 전경. /갤러리2
 
전시장 벽면을 가로지르는 실과 그 실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평면 작품 속 손. 작품 ‘Rock, scissors, fox’다. 이 작품은 단순한 놀이의 손동작이 규칙에서 벗어나며 낯선 형상으로 비틀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주먹, 가위, 보자기라는 정해진 세 가지 동작만을 허용하는 체계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가락은 여우의 귀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형상으로 변모한다. 보편적이고도 간단한 법칙이 무너진 틈에 돌연 나타난 여우라는 모양은, 인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행된 결과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가 아니라, 규칙이라는 선험적 조건이 깨지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인식의 불확실성이다.
 
residue II, 2025, oil on canvas, 116.8x91cm. /갤러리2
ghost shore, 2024, oil on canvas, 130.3x80.3cm. /갤러리2
 
이번 전시는 신건우가 낯설게 만든 파편적 장면과 불안정한 연결을 시각화한다. 물리적인 구조를 구축하기보다 평평한 이미지로 압축된 신건우의 회화는 세계에 대한 사유를 심화한다. 관람객은 이로 하여금 ‘식’의 사유와 함께 낯선 세계를 다시 인식하게 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