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30 15:34
‘ACF(Art Chosun Focus) 2025’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전시형 아트페어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 제공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30인 10회 연재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 2025’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개최된 ACF(Art Chosun Focus)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 30인의 작품을 프라이빗 전시 형태로 선보여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0월에 열리는 ‘ACF(Art Chosun Focus) 2025’는 동시대 예술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생생한 조형 언어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디어가 직접 엄선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ACF는 단편적인 감상을 넘어 관람객을 미술 생태계로 이끈다. 여기서 비롯된 반응은 다시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참여 작가는 30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참여 작가를 공개하고,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리뷰 형식의 기사를 발행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이재석(36)의 화면은 치밀한 설계도를 닮았지만, 동시에 현실의 법칙을 넘어선 풍경처럼 다가온다. 이재석은 삶의 규격화된 양태에서 출발해, 자연과 우주를 지탱하는 보편적 원리에 대한 탐구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화면에 등장하는 기호와 구조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물리적 법칙과 인간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을 가시화하는 장치다.
작가는 군대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계기로 작업을 이어간다. 개인으로서의 자신이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속 작동하고 있는 순간들에 주목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석의 작품은 치밀한 구도와 균형감이 돋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설계한 구도 안에서 미묘하게 불안정한 요소를 의도적으로 삽입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캔버스 위, 이재석만의 중력이 작용한다. 모든 사물 간의 상호 작용부터 우주의 항상성에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하는 중력의 그 묘하고 정교한 작동 메커니즘은 직간접적으로 이재석의 작품 세계에 있어서도 근간을 이뤄왔다. 공산품의 조립도를 방불케 하는 천막과 텐트, 각 축의 균형미와 무게 중심에 대한 고려, 한 치의 과장 없이 정교하게 차용된 풍경은 묘사된 공간이 현실 세계의 한 양상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 신화를 연상케 하는 돌 오브제, 광선, 신비로운 분위기의 어스름한 하늘이 등장해 이질감을 선사한다. 이렇듯, 과학적 법칙과 신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재석의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관람객을 새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이재석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챕터투,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M2에서의 개인전을 포함하여, 일민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스페이스K, 대전시립미술관 등 유수 기관의 전시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코오롱, CNCITY에너지 등에 소장돼 있다. 최근에는 프리즈 서울에서 작품을 선보여 국내외 컬렉터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경계를 모티프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 최유정(31)은 특유의 차갑고 섬뜩한 색감과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혼재시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칼로 그은듯 날카로운 건축적 선으로 만들어진 물리적 경계다. 작품 안에는 창이 등장하지만 외부와 내부가 모호한 모습으로, 그곳에 위치한 인물들은 흐릿하고 표정이나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렇듯 최유정의 작품은 외부와 내부, 그리고 모호한 인물의 관계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지운다. 이는 수많은 건물과 사람 사이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고립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삶을 표방한다. 작가는 섬세한 붓질로 건축물 내부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화폭에 담아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유정은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의 드로잉룸, 175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성북예술창작터, 합정지구, BGA 마루, 쇼앤텔, 아트딜라이트 갤러리,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의 메모리얼 홀에서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작년 초 열린 아트오앤오에서는 글로벌 화랑 페레스프로젝트를 통해 출품된 작품 2점이 개막 전 모두 선판매돼 큰 화제를 모았다. 작가는 아트바젤 등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도 참여하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날, 아트 컬렉터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우국원(49)이 그려내는 동화 같은 이미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관객을 쉽게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그 안에 삶을 관통하는 진심 어린 독백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읽히고 싶지 않다는 듯 거칠고 삐뚤게 쓰여 있으나, 문장을 이해한 후에는 웃으며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마크 트웨인의 잘 알려진 어록 'The more I know about people the more I like my dog'라든지, 침대를 뒹굴뒹굴하며 중얼거리는 'I hate mornings'와 같은 말들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마냥 가볍고 즐겁지만은 않은 우리의 삶과 그 안에서의 감정에 대해 줄곧 말해왔다.
어린 시절 너무 이른 나이에 작가가 마주한 삶과 죽음의 문제는 스스로를 환상의 세계로 향하게 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동화 속 잔혹함을 발견하게 됐고, 그것이 오히려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이후 철학과 종교에서 답을 찾고자 하며, 동화와 죽음, 해학과 성찰, 그리고 자유의 주제를 동시에 탐구해왔다.
거칠게 긁어낸 듯한 흔적과 두텁게 쌓아 올린 색채는 잔혹한 동화 장면과 철학적 문구를 교차시키며, 팝아트와 구상회화가 뒤섞인 독창적인 장르를 만든다. 그 안에는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며, 아름다움과 불안, 유머와 죽음이 얽혀있다.
우국원은 탕 컨템포러리 아트 싱가폴, 헨드릭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박물관 로마, 하우스 오브 디올 서울,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가나아트, 현대백화점, 예술의 전당, 서울대학교 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일신문화재단, 코오롱 등 다수 기관과 기업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