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F 시크릿 노트] 4장 채성필·박이도·장영은

  • 김현 기자

입력 : 2025.09.25 15:55

‘ACF(Art Chosun Focus) 2025’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전시형 아트페어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 제공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30인 10회 연재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ACF(Art Chosun Focus)’ 포스터. /아트조선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 2025’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개최된 ACF(Art Chosun Focus)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 30인의 작품을 프라이빗 전시 형태로 선보여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0월에 열리는 ‘ACF(Art Chosun Focus) 2025’는 동시대 예술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생생한 조형 언어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디어가 직접 엄선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ACF는 단편적인 감상을 넘어 관람객을 미술 생태계로 이끈다. 여기서 비롯된 반응은 다시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참여 작가는 30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참여 작가를 공개하고,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리뷰 형식의 기사를 발행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전경.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채성필, 물의초상(portrait d_eau. 220706), 2022, pigments naturels sur toile, 130x130cm. /작가 제공
 
채성필(55)은 대학교 2학년, 여행길에서 우연히 물가의 갈대로 진흙을 적셔 드로잉한 경험을 토대로 흙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자신만의 재료 미학을 선보인다. 캔버스 위에 천연 펄 안료를 얇게 여러 번 입혀 은빛 광채가 나는 표면을 만든 뒤, 거름망으로 맑게 거른 황토와 찬연안료를 섞은 흙물을 직접 엮어 만든 붓으로 화면 위에 흩뿌리고, 흙물이 마르기 전에 캔버스를 세우거나 기울여 물이 흐르게 둔 뒤 강력한 수업의 물을 분사한다.
 
채성필 작품의 백색은 유독 특별하다. 대지로부터 불러온 기운을 담아 무한한 백의 세계로 인도한다. 표면이 빛에 따라 빛난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단순히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백색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백색이기 때문이다. 그 위에 올라간 찬란한 빛깔을 머금은 색 역시 흙에서 얻은 천연안료로,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동양의 오행을 담아 더욱 깊이있는 표현을 가능케 한다.
 
채성필 작가 프로필 사진. /작가 제공
 
ACF에 출품되는 ‘물의 초상’은 찬란한 빛을 품은 맑고 푸른 색이 매력적인 작가의 대표작이다. 작품에 쓰인 색에 대해 작가는 ‘몸에 아픔으로 든 멍이기도, 치유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상을 꿈꾸는 삶의 색’이라고 설명했다. 물은 땅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는 것으로 땅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재료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끊임없이 출렁이는 것이 바다의 파도이듯 땅의 움직임과 존재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물을 화폭에 담았다.
 
채성필은 영은미술관, 가나아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그림손갤러리 등 국내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났다. 파리 보두앙 르봉(baudoin lebon), 상하이 두몽테리(Dumonteil)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 아시아, 미국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영은미술관, 프랑스 세르누치 미술관, 파리시청 등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세계 유명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와 중동 국가 왕실에서도 작품을 소장했다고 알려졌다.
 
박이도, Neo selena, 2024, 나무판위에 알루미늄박, 밀랍과 유화, 80x80cm. /작가 제공
 
평면 회화에 다양한 매체를 접목해 조형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박이도(42)는 대상의 외형을 자세히 묘사하기보다는 빛, 온도, 감정 같은 시각 영역 밖의 비물질적 요소까지 캔버스에 담는다.
 
작가는 보편적 삶과 주변 환경을 실상과 허상의 경계에서 조망하며 이를 회화로 풀어낸다. 예측할 수 없는 시대 변화 속에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자전적 스토리로 표현한다. 작가는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화면에 담아내는데, 이러한 사유에 맞는 매체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한다. 작가의 작품에 알루미늄박, 밀랍, 나무판 같은 다채로운 재료가 등장하는 이유다.
 
박이도 작가 프로필 사진. /작가 제공
 
작가의 탐구는 ACF 출품작에서도 잘 드러난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밀랍을 사용하는데, 이는 평면 위에서 입체감을 자아내며 추상성을 더하고 레이어를 축적시킨다. 작품을 실견했을 때, 밀랍이 만들어내는 투명하고도 불규칙적인 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액체와 고체 사이, 마치 물감처럼 캔버스 위에서 작용하며 회화의 기법적 다면성을 상징한다.
 
 
박이도는 프랑스 디종 보자르(E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Dijon)와 스트라스부르그 아르데코(Haute école des arts du Rhin)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박이도는 챕터투, 인천아트플랫폼, 모란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플랫폼엘, 보자르 아카데미 등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장영은, 삶의 조각 35, 2023. Sewing and colored on fabric, 40.9x27.3x5cm. /작가 제공
 
작가 장영은(32)은 오랜 시간 동안 빛을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하며 이를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니라 정신적 감각적 인식의 대상으로 탐구해 왔다. 일상과 자연 속에서 마주한 빛은 언제나 감각적인 경험으로 다가왔으며 그 경험은 작업의 출발점이자 원천이 되어왔다. 작가의 작품에는 의도적인 여백이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빛을 담는 은유의 공간이자 치유와 위안을 선사하는 휴식의 장이 된다.
 
장영은 작가 프로필 사진. /작가 제공
 
장영은은 자연을 삶의 뿌리이자 안식처로 여겨왔다. 또한 유년 시절 겪은 상실의 경험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일찍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깨달음은 현재 작업의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이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 것은 이후 작업 세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인식으로 작용했고 현재까지도 자연은 작업의 영원한 출발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울산 장생포 창작스튜디오131 레지던시에 입주해 서울을 오가며 작품세계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공기의 결, 파도, 바람, 윤슬 등을 지역 자연을 주제로 자료를 수집, 기록하며 화폭에 녹여내고 평면을 넘어 설치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장영은은 장생포고래로131 작은미술관, 공간 루트, 삼세영, 가나아트스페이스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N2아트스페이스, 화이트스톤, 서울옥션 포럼스페이스, 아테네시립미술관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울산국제아트페어, LA ART SHOW와 같은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작가의 작품은 프로이즈(주), 의료법인 동강의료재단, 고래문화재단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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