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23 17:26
‘ACF(Art Chosun Focus) 2025’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전시형 아트페어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 제공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30인 10회 연재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 2025’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개최된 ACF(Art Chosun Focus)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 30인의 작품을 프라이빗 전시 형태로 선보여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0월에 열리는 ‘ACF(Art Chosun Focus) 2025’는 동시대 예술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생생한 조형 언어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디어가 직접 엄선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ACF는 단편적인 감상을 넘어 관람객을 미술 생태계로 이끈다. 여기서 비롯된 반응은 다시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참여 작가는 30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참여 작가를 공개하고,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리뷰 형식의 기사를 발행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아까 그 작품 봤어요?” 강강훈(46)은 최근 아트페어와 전시에서 많은 관람객의 주목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강강훈의 작품은 사진으로 착각할만큼 세밀하게 묘사된 극사실주의 회화와 매력적인 색감, 과감한 구도와 소재의 사용이 돋보인다.
강강훈의 화면에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작가의 자녀다. 작가는 개별적인 존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존재론적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인물의 정서적 움직임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이러한 시도는 딸의 사진을 수백 장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은 계산적으로 접근할 수 없기에, 감정적 교감을 바탕으로 하며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게 된다. 작가는 2016년부터 딸을 등장시켜 가족 초상화를 그려오고 있다.
인물과 더불어 강강훈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목화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상징하는 매개다. 작가가 목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재 이후 목화의 부드러운 솜털과 솜을 받치고 있는 잎사귀가 어머니의 흰머리와 손을 연상시키면서다. 목화의 솜은 생기가 깃들지 않은 꽃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생명의 온기를 품는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 세대 간의 흐름과 변화하는 존재를 은유하는 동시에,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형성한다.

강강훈은 키아프, 아트부산, 조현화랑, 박여숙화랑, 제주도립미술관, 우양미술관, 클레이 아크 김해미술관, 경기도박물관, 제주 현대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기관과 갤러리,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면발풍경’으로 알려진 함명수(59)는 포근한 털실이 연상되는 붓터치로 ‘살아있는 감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탐구하며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ACF 출품작의 제목 또한 ‘생멸감각’으로, 표면의 마찰, 손끝의 떨림, 기억과 촉각의 왜곡과 잔상을 캔버스 위에 담았다. 함명수의 감각적 회화는 실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감각을 다시 떠올려 지금 이 시점에 재구성하는 것에 가깝다.
‘면발풍경’으로 알려진 함명수(59)는 포근한 털실이 연상되는 붓터치로 ‘살아있는 감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탐구하며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ACF 출품작의 제목 또한 ‘생멸감각’으로, 표면의 마찰, 손끝의 떨림, 기억과 촉각의 왜곡과 잔상을 캔버스 위에 담았다. 함명수의 감각적 회화는 실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감각을 다시 떠올려 지금 이 시점에 재구성하는 것에 가깝다.
함명수의 작품은 1991년 읽은 ‘새로움의 충격 모더니즘의 도전과 환상’이란 책 표지에서 비롯됐다. 표지에는 독일 초현실주의 작가 메레 오펜하임(Méret Oppenheim)의 ‘모피 찻잔’의 이미지가 실려 있었는데, 강렬한 모피 이미지는 작가의 기억 속에 새겨진 어릴 적 모친과 누이가 털실 뜨개질하는 모습과 결합해 이때부터 붓터치만으로 털의 질감을 모사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됐다. 작가 특유의 털 질감을 재현하는 기법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함명수는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 조선일보미술관, 갤러리현대 윈도우갤러리, 사비나미술관, 이화익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아트 파리 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대전시립미술관 등에서 전시에 참여했다. 함명수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홍천미술관, 하나은행 등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흑백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전개하는 모니카 리(Monica Lee·46)의 작품 속 동물은 무채색의 화면 속에서도 또렷한 눈빛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대중이 고양잇과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싶다는 모니카 리는 야만적이거나 파괴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위엄 있고,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동물 그 자체가 가진 매력과 조형성에 집중하고 관람객에게 진정한 의미의 시각적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모니카 리는 목탄과 흑연만을 사용해 소재의 디테일과 질감을 표현한다. 아버지의 광고 사진 스튜디오에서 12년간 디지털 이미지 아티스트로 일하며 취미로 회화를 그려왔지만, 이후 포토리얼리즘이라는 개념에 매료돼 자신이 보는 것을 재현하고, 그림의 디테일을 자유자재로 표현해 작품을 표현한다. 작가의 작업이 흑백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 또한 아버지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일한 경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니카 리는 작품을 통해 묻는다. 인간 문명의 발전을 위해 무시되곤 하는 이 존재들이, 사실은 우리와 공존하는 소중한 동반자임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모니카 리의 작품을 응시하다 보면, 친숙한 동물들의 눈빛 속에서 존재의 소중함과 교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보전과 연대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따뜻한 시각 언어가 된다.

더 원 아카데미 칼리지 3D 애니메이션 학사를 졸업한 모니카 리는 아시아프, 자비에르 아트 페스트, 퀴르키 폭스 갤러리, 아르테미스 아트 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