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눈높이 맞추자 미술계 ‘시선’ 한 몸에 받았다… ‘널위한문화예술’

  • 김현 기자

입력 : 2025.09.19 17:15

‘널위한문화예술’ 대표 이지현 인터뷰
‘온라인 콘텐츠에 예산을 집행하는 문화’ 만들어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영어 기반 미디어 론칭 준비 중

이지현 대표. /널위한문화예술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AI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미디어 개인화 시스템이 심화됐고, 숏폼 콘텐츠가 주를 이뤄 쉽고 직관적인 영상 콘텐츠가 대세다. 오죽하면 모든 콘텐츠는 ‘3초 안에 결정 난다’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 미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 중심 평론 글이나 전시 서문, 진지하고 느린 템포의 영상이 대부분이었던 환경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과 쉽고 짧은 스토리텔링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널위한문화예술’은 정보가 한정적으로 공개돼 있던 미술 생태계의 문을 열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14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 미술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미술 콘텐츠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섰다. ‘뭉크가 절규를 그린 이유’, ‘유화는 왜 특별한 물감일까’와 같은 영상 콘텐츠처럼 대중의 시각에 기반한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본지는 미디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널위한문화예술’의 이지현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중에게 눈 맞춘 미디어를 전개하며 겪은 그간의 위기와 극복, 앞으로의 전망을 물었다.
 
/널위한문화예술
/널위한문화예술
 
‘널위한문화예술’은 기존의 권위적이고 학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대중에 맞춘 콘텐츠로 통합 구독자 145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위기와 극복 과정이 궁금합니다.
 
‘널위한문화예술’ 팀이 본격적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미술계 전반에는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기관들이 보도자료 배포나 지면 광고 같은 전통적인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습니다.

저희에게 유료 광고를 맡기려는 미술 관련 팀이 거의 없었고, 예산이 빠듯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콘텐츠에 예산을 집행한다’는 문화 자체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달리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황이 저희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초기에 매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진성 구독자를 꾸준히 모으기 위해, 수익이 없더라도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하며 충성도 높은 팬층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죠. 그렇게 몇 개월을 우직하게 버티며 매체력을 쌓아가던 사이, 시대 흐름이 바뀌면서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미술관을 비롯한 미술계 전반의 인식도 점차 열렸습니다. 과거엔 보수적이던 국·공립 미술기관들 또한 새로운 홍보·마케팅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기반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동시에 저희처럼 미술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다양한 플레이어들도 등장했죠.
 
/널위한문화예술
 
‘널위한문화예술’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저희 팀이 유튜브 채널을 처음 개설했던 2018년부터 한 가지 명심해왔던 점이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를 하나의 ‘상품’으로 바라보자는 것이었어요. 흔히 콘텐츠 제작을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창작 활동으로만 생각하지만, 저희는 예측 가능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제작자의 개인적 창의성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시 말해, 콘텐츠 퀄리티를 균등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했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콘텐츠를 발행한 직후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수집됩니다. 잡지나 신문 같은 전통 매체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인데요, 시청자들이 어디에서 이탈하고 어디에서 몰입하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댓글·공유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즉각적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다음 콘텐츠에 바로 개선점을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2년 동안은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되는 콘텐츠의 노하우를 문서화하고, 아이템 발굴 → 대본 구성 → 피드백 → 편집 → 발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처럼 견고한 시스템을 완성해 놓으면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콘텐츠 팩토리’는 지금 이 순간도 고치고, 다듬으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널위한문화예술
 
이지현 대표는 스스로를 ‘예술옹호론자’라고 설명합니다 예술을 열정적으로 옹호할 만큼, 예술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예술이야말로 효율성과 규격화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홀로 ‘다양성’을 외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사회 속에서는 흔히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기보다 정해진 답을 쫓아가야만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전혀 다릅니다. 창의성이 중심이 되는 이 분야에서는 ‘남들과 같지 않음’이 오히려 존중받고, 변별성이 곧 가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은 남들과 달라도 되고, 어쩌면 달라야만 하는 세계에서 존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흔히 성과를 내고, 일을 잘 해내는 것만이 삶의 목적처럼 여겨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며, 예술이 바로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예술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며 지지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널위한문화예술'이 운영하는 채널. /널위한문화예술
 
‘널위한문화예술’은 현재 3 개의 멀티 브랜드 ‘널 위한 문화예술’, ‘예술의 이유’, ‘사적인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브랜드의 특징과 개별 운영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널 위한 문화예술’은 실패 없는 주말을 보내고 싶은 분, 평소 미술을 좋아하는 분을 위한 전시정보를 소개합니다. 두 번째 ‘예술의 이유’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을 즐기고 예술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명화에 얽힌 이야기와 예술가의 삶, 예술사적 맥락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지식 채널입니다. 마지막 ‘사적인 컬렉션’은 좋은 작가를 알고 싶거나, 좋아하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채널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 세계와 컬렉팅 정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채널을 개별 운영하며 성향이 다른 구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저희도 그에 맞춰 발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미술 산업 안에서도 각자의 니즈가 조금씩 다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엇을 더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각 태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브랜드들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널위한문화예술
그간 ‘널위한문화예술’ 기업의 입장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사업 초기에는 브랜디드 콘텐츠 의뢰를 받으며 다양한 대기업·문화재단 등과 광고 협업을 이어왔습니다. 정작 주요 파트너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전시기획사들은 오히려 홍보 협업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대신 티켓과 콘텐츠를 교환하는 ‘티켓 바터’ 형식의 제안을 해오는 팀들이 많았죠.

처음에는 바터 형식이 비즈니스적으로 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곧 ‘이 티켓을 구독자들에게 직접 판매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커머스몰을 구축해 실험을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전시를 소개하는 영상이 발행된 지 한 시간 만에 400장 가까운 티켓이 매진됐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커머스몰을 고도화했고, 현재는 99티켓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다수의 유료 전시들과 커머스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의 예상을 빗나갔던 부분을 실행과 보완을 통해 극복하고, 이를 통해 오히려 ‘널위한문화예술’ 고유의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었기에 특히 인상 깊습니다. 지금은 회원가입자 수가 약 5만 명에 달하며, 단순히 최저가 혜택뿐 아니라 전시팀과 공동 기획한 유료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아트러버들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도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관람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지현 대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 찬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미술계의 가장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는 여러 비엔날레들과 함께 의미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온 것을 가장 보람 있는 성과로 꼽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광주비엔날레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해 다수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굿즈 이벤트를 통해 우리나라 대표 비엔날레의 관객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한글 국제 프레 비엔날레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술계 전문가들과 함께 한글과 미술을 주제로 깊이 대화하는 ‘예술탐닉’ 시리즈를 기획했고, 비엔날레 참여 작가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Mr Doodle와의 인터뷰 영상을 비롯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느새 저희가 업력 7년 차에 접어들며, 처음에는 단순히 ‘인증샷’을 위해 전시를 찾던 관객들이 현대미술의 매력과 힘에 이끌려 다양한 전시를 찾아가고,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도슨트로 활동하거나 미술계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자주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널위한문화예술’이 관객의 ‘양’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한 명의 관객에 대한 ‘질적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자, 제가 계속 이 일을 이어가고 싶은 이유입니다.
 
/널위한문화예술
최근에는 매체력과 판매 역량을 기반으로 한 광고, IP 판매 같은 B2B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체적인 전시를 선보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널위한문화예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저희는 작년부터, ‘널위한문화예술’이 만든 콘텐츠의 무대를 한국을 넘어 더 다양한 국가로 확장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품었습니다. ‘사적인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동시대 작가를 다룬 영상이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을 때, ‘반 고흐나 피카소처럼 유명한 미술사 거장이 아니어도, 콘텐츠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충분히 많은 관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영어 기반 미디어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아트 센트럴(홍콩), 아트 타이페이(대만), 아트 SG(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아트페어들과 공식 미디어 파트너로 협업하며 그 초석을 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한국 작가·관객·컬렉터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한국 작가들이 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흐름 또한 매우 인상 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희가 지난 7년간 축적한 콘텐츠 노하우와 매체력이 한국 예술가들의 글로벌 진출에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