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F 시크릿 노트] 2장 감성빈·장마리아·이여름

  • 김현 기자

입력 : 2025.09.18 18:29

‘ACF(Art Chosun Focus) 2025’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 제공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30인 10회 연재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ACF(Art Chosun Focus)’ 포스터. /아트조선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 2025’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개최된 ACF(Art Chosun Focus)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 30인의 작품을 프라이빗 전시 형태로 선보여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0월에 열리는 ‘ACF(Art Chosun Focus) 2025’는 동시대 예술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생생한 조형 언어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디어가 직접 엄선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ACF는 단편적인 감상을 넘어 관람객을 미술 생태계로 이끈다. 여기서 비롯된 반응은 다시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참여 작가는 30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참여 작가를 공개하고,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리뷰 형식의 기사를 발행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전경.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In Between - Spring Drawing Series, 2024, Mixed media, 117x91cm. /작가 제공
 
평면 위, 다시 평평한 레이어를 쌓는다. 그러자 얇게 두께가 형성되면서 입체적인 형상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그 위에서 자유분방한 드로잉이 그려지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마리아(44)가 캔버스 위에서 쌓고, 긁어내고, 그리는 모든 작업 과정은 하나의 흔적으로 남고, 동시에 작품으로 거듭난다.
 
In Between - Spring Series (Red), 2024, mixed Media, 91x73cm. /작가 제공
장마리아는 본인의 작업에 대해 ‘‘이것’과 ‘저것’ 사이에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장마리아의 작업 과정은 인고와 수행적 과정으로 여겨진다. 오랜 시간을 들여 반죽 덩어리를 올리고, 굳히고, 다시 반복한다. 마치 새살이 돋아나듯이. 이 모든 과정은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상처, 위로의 메시지를 담는다.
 
특히 2022년부터는 ‘색’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출품작 ‘In Between-Spring’ 연작은 새로 피어나는 봄의 정서와 에너지를 자신만의 터치로 재해석해 스스로 절제하며 정돈해 표현한 작품이다. ACF가 열리는 11월, 쌀쌀한 날씨 속에서 봄의 터치를 담은 장마리아의 작품을 감상한다면, 관람객의 마음 한편에는 따스한 햇살 한줄기가 드리우게 된다.
 
장마리아 작가 작업 사진. /작가 제공
 
2005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장마리아는 최근 가나아트센터 Space 97, 가나아트 LA,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청담 쇼룸, 미라보 프레스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가나아트센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22년에는 패션 브랜드 구호와 협업하기도 하는 등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며 컬렉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Life in Ice cream_Bite, 2024, colored epoxy resin, human miniature, wood, 6.5x17.5x2cm. /비트리 갤러리
Life in Ice cream_Bite, 2024, colored epoxy resin, human miniature, wood, 6.5x17.5x2cm. /비트리 갤러리
 
새하얀 전시장 벽면에 화려한 색감의 아이스크림이 하나 붙어있다. 호기심에 들여다보면 다양한 삶의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강아지와 함께 원반을 던지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연인, 어린 아이와 엄마의 형상을 한 미니어처가 있다. 아이스크림 속 인물들은 각자의 내러티브로 일상을 보낸다.
 
작품은 우리 삶의 모습을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넣어 불안감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관념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행복감을 불러오는 미각적 오브제로서 긍정적인 관념이미지를 끌어내며, 그 안의 휴먼 미니어처들은 유한한 삶 속의 연약한 인생을 상징하는 요소로 불안감과 슬픔, 두려움 등을 포함한다. 이 두 의미가 동시에 지각될 때 관람객은 스스로의 삶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할 수 있게 된다.
 
아이스크림은 녹는다. 이처럼 아이스크림은 유한성을 가진 오브제로 작용하며, 동시에 영원하지 않은 우리 삶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여름의 아이스크림은 단순히 먹음직스러운 조형물이 아니다. 보는 순간 혀끝에 단맛이 상상되는 듯한 감각의 전이가 일어나고,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이여름은 바로 그 지점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떠올리기를 기대한다.
 
이여름 작가 프로필 사진. /비트리 갤러리
이여름은 자카르타의 Kendys Gallery·B-tree Gallery, L’espace71, 갤러리뜨, 갤러리 YOO ART SPACE, 아트사이드갤러리, 이화아트센터,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감성빈, 구름이 그대를 비추던 햇살을 가릴지라도, 2025. oil on canvas with artist frame, 90x42cm. /갤러리 아트소향
감성빈, moon waltz, 2024. oil on canvas, 182x259cm. /갤러리 아트소향
 
불타는 듯한 노을 아래, 표정이 명확하지 않은 인물들이 첼로,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분명 아름다운 풍경과 상황이지만 인물들은 기이한 자세로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감성빈의 작품 ‘moon waltz’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어떤 상황인걸까.
 
감성빈의 작업은 본인의 삶에서 처절하게 경험한 개인사의 슬픔에서 출발해, 점차 타인의 슬픔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그리고 그 슬픔에 대한 응시를 통해 작가로써의 숙명을 깨닫고 세상을 어루만지는 ‘위로’로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의 자신의 숙명에 대한 자각, 또 작가로의 작업에 대한 몰입과 치열함은 대중들에게 진정성으로 전해지며 그 감동을 전해준다.
 
슬픔에 웅크리고 있는 자를 지켜보는 뒷모습, 위로하듯 누군가를 감싸 안은 모습, 마음의 응어리를 상징하는 돌을 바라보는 사람 등 나와 타인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작품 위를 흐른다. 절망과  어둠, 비통과 애도로 가득찬 분위기 속 인물들임에도 그들은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의 순간을 지나오며 많은 슬픔을 겪을지라도 그들은 결코 삶을 살아낸다. 감성빈의 작품 속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감성빈 작가 프로필 사진. /작가 제공
 
작업 초창기 조각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작가 감성빈은 조각의 특성을 살려 평면 속에서도 개성있는 인체 구조를 표현하고, 평면 캔버스의 뒷면을 상상하게 하는 독특한 구도로 주목 받았다. 감성빈은 평면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화면 속 인물들은 서로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서로 얽히고 기대고, 화합하며 하나의 합주를 완성한다. 각자의 슬픔을 서로 공유하고 덜어내어 기어코 치유로 향하는 과정인 셈이다.
 
“구름이 그대를 비추던 햇살을 가릴지라도 완전한 밤이 오지 않았으니 그대 아직 잠들지 말아요.
하염없는 비가 속수무책 그대의 몸을 적실지라도 그 비는 어김없이 멎을 것 이니 그대 잠시 기다려주오”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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