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17 17:20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미그로스 현대미술관·제15회 상하이 비엔날레·타이중 미술관
대규모 개인전·비엔날레·그룹전·순회전 다양한 전시로 관람객 맞아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며 작품 세계를 널리 인정 받은 작가 양혜규가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숨가쁜 전시 일정으로 전세계 관람객을 맞는다.
양혜규는 이달 5일부터 26년 1월 18일까지 대규모 회고전 ‘양혜규: 의사擬似-하트랜드Haegue Yang: Quasi-Heartland’를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며 2011년 콜로라도주의 아스펜미술관 전시 이후 약 15년 만에 미국 중서부에서 관람객과 조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커미션 신작을 포함한 엄선된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미사 제퍼리스(Misa Jeffereis)는 “양혜규는 명실상부 현시대 시각 문화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라고 언급하며 “우리 주변의 미묘한 뉘앙스를 고유한 감성과 무게감, 그리고 상징을 내포한 조각을 통해 섬세하고 능숙하게 포착해 내는 양혜규의 작업을 오랫동안 존경해 왔다”고 전했다.
'의사擬似-하트랜드'는 작가가 지난 25년간 매진해온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의 로비와 주요 전시실에 펼친다. '암혈巖穴 주위 음지 생물Umbra Creatures by Rockhole'(2017–2018)은 총 일곱 점으로 구성된 작가의 가장 복합적인 조각군으로, 다양한 문화와 민속 신화에 등장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들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문화권을 넘나드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초국가적인 시선에 기반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기법, 재료, 오브제를 결합하여 문화적 혼종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일부 조각은 공중에 매달려 촉수가 달린 뱀이나 거대한 바다 생물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무성한 털이나 직조, 금속으로 표면이 뒤덮인 채 바퀴로 직립한다.

이달 27일부터는 양혜규 스위스 첫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가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에서 26년 1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설치, 조각, 영상, 텍스트, 음향 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가의 다면적이고 다학제적인 작업을 소개하는 서베이전으로 기획된 ‘윤년’은 이로써 유럽 3개국으로 순회하는 총 1년 4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영국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 네덜란드의 쿤스트할 로테르담에 이어 양혜규의 ‘윤년’을 개최하게 된 취리히의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은 스위스 최대 유통업체인 ‘미그로스’의 창업자 고틀리프 두트바일러Gottlieb Duttweiler가 1950년대부터 수집한 작품을 기반으로 1996년에 개관한 곳으로, 특히 수행성performativity과 사회정치적인 질문을 다루는 작업들을 주요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등장하는 신작으로는 ‘소리 나는 아치형 동아줄 – 금색 육각 경량’(2024)과 ‘농담濃淡진 소리나는 물방울 – 수성 장막’(2024)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황홀망恍惚網’, ‘건축 자재상 콜라주’, ‘래커 회화’ 등 작가의 평면작도 함께 전시하며 지난 30여 년 간의 작업세계를 총망라해 조명한다.

올 하반기, 양혜규 작가는 아시아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20년 안도 다다오(Tadao Ando)의 설계로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 탄생한 허미술관의 개관 5주년 기념 그룹전 ‘뿌리는 더 잘 알고 있다’에 참가한다.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는 전 세계 미술가들의 100여 점 이상의 작품들을 세 개의 챕터로 구현하는 대규모 단체전으로, 오는 10월 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11월 8일부터는 ‘제15회 상하이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상하이 비엔날레 최초로 임명된 여성 큐레이터 키티 스캇(Kitty Scott)이 기획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꽃은 꿀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라는 부제 하에 다양한 형태의 감각적 소통과 지능,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넘어선 세계” 사이의 연결을 탐구할 예정이다. 양혜규는 ‘서사적 분산分散을 수용하며 – 비非카타르시스 산재散在의 용적에 관하여’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양혜규는 올해 12월 13일 개관하는 대만 타이중 미술관에서 대형 커미션 신작 ‘유동 봉헌 – 삼합 나무 그늘’(2025)을 선보인다. ‘유동 봉헌 – 삼합 나무 그늘’은 미술관의 각 전시장과 도서관을 매개하는 27미터 높이의 로비 공간에 위치한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설치되는데, 다양한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신성하게 여겨져온 고목(古木)이 물리적 모임의 공간을 넘어 정신적 유대의 장소로 간주해 온 것에서 착안했다. 특히 작가는 타이중에서의 지역 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작업을 발전시켰으며, 대만의 ‘다수공(大樹公)’이나 한국의 당산나무처럼 공동체적 인도와 정신적 지주로서 존재했던 고목의 문화적 상징성에 주목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