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17 14:11
‘ACF(Art Chosun Focus) 2025’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전시형 아트페어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 제공
국내외 동시대 참여 작가 30인 10회 연재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

※편집자주
ART CHOSUN, TV CHOSUN 미디어 양사가 공동 주최하고 ACS(아트조선스페이스), 프로젝트더스카이가 공동 기획한 ‘ACF(Art Chosun Focus) 2025’가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다.
지난 3월 처음으로 개최된 ACF(Art Chosun Focus)는 국내외 블루칩 작가 30인의 작품을 프라이빗 전시 형태로 선보여 관람객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10월에 열리는 ‘ACF(Art Chosun Focus) 2025’는 동시대 예술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생생한 조형 언어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디어가 직접 엄선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향유에서 소유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ACF는 단편적인 감상을 넘어 관람객을 미술 생태계로 이끈다. 여기서 비롯된 반응은 다시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도약에 기여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참여 작가는 30인으로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이 선정돼 행사 기간 중 전시된다. 이에, 본지는 각 작품을 관람하기 전, 미리 참여 작가를 공개하고, 작업 세계를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리뷰 형식의 기사를 발행한다. 해당 기사는 전시 시작 전까지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신체의 일부가 지나치게 늘어나거나, 부풀려있거나, 찌그러져 있는 등 어딘가 낯선 모양새다. 미시로 코다이(Mishiro Kodai·36)는 우리를 옭아매는 ‘보통의 굴레’에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집단을 일반화하거나, 사회적 지위, 삶의 차이로 대상을 분류하는 인간의 시선과, 그에 반하는 인간 본연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작가는 직접 작성한 작가 노트에서 이에 대해 ‘투명 인간’이라고 언급했다.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도쿄로 상경해 경험한 풍경은 오늘날 작업의 토대가 됐다. 사회의 톱니바퀴 속 보통의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수많은 시간을 지나오며 마침내 오늘날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코다이는 미술 대학 저학년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설치나 입체 작업을 이어왔다. 더 많은 종류의 매체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자유를 담아내는 데는 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울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코다이의 회화는 단순한 재현이나 의미 전달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가는 회화를 언어라기보다는 목소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말을 해도 그 어투에 따라 다르게 들리듯, 코다이 역시 자신만의 톤과 울림을 담고 있다. 작가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어색하고 낯설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는 허물을 벗어 던진 순수한 자유를 관람객 앞에 꺼내놓는다.
미시로 코다이는 무사시노미술대학 대학원 미술전공 유화코스를 수료했다. GALERIE SOL, biscuit gallery, GALLERY b.TOKYO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화랑미술제, Art Future Taipei, Art Moments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현재는 도쿄를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츠보야마 사유리(Tsuboyama Sayuri·42)는 자연과 분리되려고 해도 결국 자연에 의존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내 과업은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고를 전하는 것에 있다. 세상이 오직 인간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거대한 생태계의 그물 속에 촘촘하게 얽혀 있는 존재들 중 하나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작가는 식물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식물은 원시적인 존재이자 생명 그 자체다”라고 밝힌 작가는, 식물의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곧 인간의 근원을 아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은 자유와 공생, 그리고 자연으로 연결하는 희미한 끈을 탐색하는 시도다.

작가의 대표작 ‘Night Series’는 달빛에 비친 밤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작가의 작업은 어릴 적 경험했던 가로등조차 없는 깊은 어둠의 밤에서 시작된다. 처음엔 무섭고 낯설었지만, 시야가 차단되자 오히려 청각과 촉각이 예민해지고, 자연과 하나 되는 듯한 감각을 느껴 오히려 편안해지는 감각에 대해 표현한다. 작가의 작품 속 인간은 주인공이 아니다. 인간은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가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작가의 작업은 고층빌딩과 인공 조명을 쏟아내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한편, 츠보야마 사유리는 KIAF SEOUL, ART BUSAN, URBANBREAK와 같은 한국의 아트페어 행사를 통해 국내 컬렉터에게도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다. 작가는 일본의 교토 츠타야서점 갤러리 스페이스, TAKU SOMETANI GALLERY, 한국의 GALLERY X2, 베이징 Contemporary Tokyo Beijing 등 아시아 다양한 국가에서 전시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작가 이록(43)의 화면 안에는 인물과 동물, 식물의 에너지가 폭발한다. 균형잡힌 구도 안에서 각자가 가진 조형적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상호작용한다. 여성 인물 옆의 새는 식물을 물고 있고, 식물은 인물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미술뿐만 아니라 패션 분야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실루엣과 색채, 과감한 형태의 재구축은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의 핵심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록의 작품은 과감한 색채가 돋보인다. 물감의 물성에 대한 깊은 탐구가 동반됐기 때문이다. 작가는 두텁게 물감을 바르는 것과는 대조되게, 선으로 표면을 뒤덮어 대상을 표현한다. 이록의 그리기는 작가 내면의 본질적인 사고와 행위를 지시한다.

또한 이록은 회화적 물질성에 몰두한다. 두텁게 쌓아 올린 물감, 표면을 가득 메운 선과 추상의 효과들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광대가 되고, 괴물이 되며, 또 다른 존재로 변형되기도 하지만, 결국 작품 속에는 늘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그래서 이록의 회화는 자신을 결정짓는 요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 질문 속에서 관람객은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 그리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는 치열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작가의 색과 선에 잠길수록 관람객은 단순히 작가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기억, 내면의 양가적 감정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결국 “삶의 흔적을 모아 새로운 희망을 직조하는 과정”이자,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인 셈이다.
이록은 HB GALLERY, 파사드 연남, JANE CLAIRE GALLERY, 오션갤러리 LCT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스페이스 후암23, 넥스트뮤지엄, 스페이스 하이, ONYOU GALLERY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으며, BAMA, KIAF SEOUL, ART BUSAN, URBANBREAK과 같은 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