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9.04 15:35
전시형 수장고 ‘벙커룸’서 첫 전시
정소영 ‘HALF MOON CLUB’
일반 대중에 첫 공개
10월 16일까지 청담동 송은

그동안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송은의 전시형 수장고 ‘벙커룸’이 장소성과 맥락에 맞춘 독립적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하 2층 메인 전시 공간 한켠에 위치한 두터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밀스러운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벙커룸에서는 새로운 전시 프로그램 ‘Groundwork: The Bunker Room Presentations’을 선보인다. ‘Groundwork’는 작가의 설치 작업이 공간과 호응할 수 있도록 구성되며 실험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국내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기획됐다.



‘Groundwork’의 첫 대상은 정소영 개인전 ‘HALF MOON CLUB’이다. 작가는 지질학적 조형언어로 물질의 시간성과 존재 방식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함께 엮여 관계성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반응에 대한 설치, 조각,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이러한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조건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열린 구조의 장을 형성한다.


전시명에 나타나는 ‘클럽’이라는 단어는 닫힌 공동체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공간은 불완전 존재가 서로의 궤도를 따라 흐르며 일시적으로 교차하는, 벙커의 장소성에 빗대어 볼 때 오히려 역설적인 연대의 장소가 된다.
출품작 ‘Hello and Goodbye’는 궤도를 따라 부유하듯 회전하는 모빌 형상으로, 거리의 개념을 천체적 시선으로 풀어낸 설치 작품이다. 행성과 닮아 있는 각각의 조명과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있는 나선형의 산호는 서로를 견인하거나 밀어내며 윤리적 구조를 시각화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일상 가까이에 있으면서 존재감 없는 가장 소박한 종이컵을 교차시킨다. 이를 반달 형태로 가져옴으로써,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서 관용과 표용을 제안하는 사물의 감각으로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10월 16일까지.

한편, 송은 메인 전시실에서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작가 해외집중 프로모션’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 ‘PANORAMA’가 진행 중이다. 작가 권병준·김민애·박민하·이끼바위쿠르르·이주요·최고은·한선우·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가 참여해 각자의 방식으로 외부 세계를 감각하고 그로부터 생기는 간극을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