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28 17:49
프랑스 살롱처럼… 열린 플랫폼 지향한다
개관전 전광영·우국원·남춘모 ‘영원의 언어들’
9월 21일까지 한남동 갤러리 더 스카이

미술시장이 축소되며 굵직한 외국계 갤러리들마저 문을 닫는 이 시점에,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문을 여는 갤러리는 어떤 마음가짐일까. 어쩌면 좋은 전시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포부일 수도, 외부적 환경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경로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다. 지난 20일에 한남동에 문을 연 GALLTHE’S(갤러리 더 스카이) 이야기다.
김하늘 갤러리 더 스카이 디렉터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갤러리를 개관한다는 것이 도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해온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작품을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시선을 돌려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순수한 미술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라고 밝혔다.

한편, 갤러리 더 스카이는 소통을 의미하는 영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서 영감을 받아 꼬뮤(commu)라는 이름으로 갤러리 공간을 미술 애호가들에게 개방해 프랑스의 살롱처럼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품을 사고파는 갤러리의 기본 업무를 넘어 예술에 관한 담론과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 되는 것이 갤러리 더 스카이의 궁극적 목표다.
갤러리 더 스카이는 2021년부터 유망 작가를 발굴해 사람들에게 소개해 왔다. 이번 서울 전시 공간 개관은 새로운 출발이자 앞으로 지향할 예술 철학의 중심이 된다. 일관된 공간에서 차별화된 기획과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순수한 본질로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갤러리 더 스카이는 개관 전시로 ‘영원의 언어들 ; 연속-성 連續性 [연속썽]’을 9월 21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속성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 동시대 대표 작가 전광영·우국원·남춘모를 조명한다. 이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되고, 이후 감상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이되는지 탐색한다. 전시에서는 미국 유학 시절 ‘나만의 예술’을 찾아 고민하다 어린 시절 큰할아버지의 한약방의 약봉지들에 영감을 받은 전광영의 ‘집합’ 시리즈, 문인화가인 아버지의 서화를 보고 자라며 텍스트를 캔버스의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이미지로 인식하게 된 우국원의 동화적 회화, 어른들의 일손을 도와 밭고랑 위에 검은 비닐을 씌우던 남춘모의 기억에서 비롯된 부조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강조하는 ‘연속성’은 단순한 반복이나 지속의 개념이 아니다. 삶의 흔적이 예술로 전이되는 과정, 그리고 그 예술이 또 다른 이의 삶에 감응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예술의 본질적 힘에 주목함으로써 작품을 이루는 개별 서사들은 작가의 과거를 넘어 감상자의 기억과 자연스레 연결되며 새로운 맥락을 형성한다.
- CP